‘신협’ 이 정도였나… 방만경영·도덕적 해이 도마 위

‘신협’ 이 정도였나… 방만경영·도덕적 해이 도마 위

기사승인 2025-10-23 06:00:20
김윤식 신협중앙회장. 신협중앙회 제공

670만 조합원을 둔 신용협동조합(신협)의 연체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내부적으로는 고질적인 방만경영과 도덕적 해이가 만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협의 올해 상반기 연체율은 8.36%이다. 이는 2009년 6월(8.3%) 이후 최고 수준으로, 같은 기간 상호금융(농협·수협) 평균 연체율 5.7%를 크게 웃돈다. 고정이하여신비율 역시 지난 6월 말 기준 8.53%에 달한다. 전년 말(7.08%) 대비 1.45%포인트(p) 급등하며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신협의 연체율 급등은 부동산 경기 침체에 PF 대출 익스포처(위험노출액)가 늘어난 결과로 분석된다. 특히 신협은 높은 금리에 수익성이 좋지만 부실위험이 큰 브릿지론과 토지담보대출 등을 주로 취급해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단순한 경기 요인만으로는 신협의 상황을 모두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내부통제 부실과 감독당국의 ‘뒷짐 행정’이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이 거세다. 지난 21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신협의 부패와 도덕적 해이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신협의 명예퇴직금 중복지급, 일비 과다 지급, 비정상적 저리대출, 내부고발자 징계 문제 등을 제기했다. 신 의원에 따르면 전북 A신협에서는 직원이 22년간 87차례에 걸쳐 고객 예금 15억원을 빼돌린 횡령 사건이 드러났다. 신 의원은 “올해 상반기 신협 자체 감사로 적발된 비리만 68건”이라며 “다른 상호금융권보다 월등히 많은 수치”라고 지적했다. 

임원 가족에 대한 특혜성 저리 대출 의혹도 제기됐다. 대전 B신협의 한 임원이 자신의 가족회사에 7~8% 금리로 대출을 승인한 뒤, 고의로 연체한 후 금리를 1%대까지 낮췄다는 내용이다. 신 의원은 “전국 750개 신협 중 0% 금리 대출이 4건, 1% 대출이 15건이다. 지독한 무능이거나 도덕적 해이 둘 중 하나”라며 중앙회 차원의 전수조사를 요구했다. 특히 해당 제보 건과 관련해 관련 내용을 제보한 직원이 조합으로부터 면직 징계 처리된 사실도 폭로됐다. 신 의원은 “공익 신고자 보호 요청이 권익위에 제출된 상태에서 면직은 명백한 보복조치”라면서 즉각적인 징계 중단과 복직 조치를 촉구했다. 

출장비와 법인카드 부정사용 문제도 거론됐다.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조합에 법인카드 내역을 요구하자 골프장, 유흥주점 내역이 빠진 자료를 제출했다”며 “재요구 끝에 93건(1368만원)의 골프장 사용 내역을 제출받았다”고 밝혔다. 이 자료에는 특정 신협 임직원이 업무 시간에 수시로 골프장을 방문한 내역이 포함됐다. 

잇따른 지적에 결국 김윤식 신협중앙회장이 고개를 숙였다. 김 회장은 “850개 조합이 독립법인체로 운영되다 보니 중앙회가 세심하게 대응하지 못한 점이 있다”고 해명했다. 특혜 대출 의혹, 법인카드 허위 자료 제출에 대해서는 “중앙회 차원에서 전수조사·검사를 통해 엄중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내부고발자 탄압 문제에는 “당장 복직시키고 (관련자에게) 엄정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답했다. 다만 내부고발자의 즉각적인 복직은 절차상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직원은 개별 조합 소속이라 해당 조합 이사회의 결정을 중앙회가 뒤집을 수 없다는 게 신협 측의 설명이다.

신협 사태를 두고 상호금융권 전반의 기강 해이와 감독 사각지대가 빚은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상호금융의 모럴해저드가 전반적으로 보인다”며 “이제는 자율규제에만 맡기지 않고 적극적으로 감독하겠다”고 예고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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