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쌀 시장 개방이 미일 관세 협상의 핵심으로 작용하면서, 향후 진행될 한미 협상에서도 미국의 쌀 시장 개방 요구가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 정부는 일단 쌀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협상 과정에서 입장 변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23일 농림축산식품부의 ‘대미 협상 쌀 수입 확대 관련 Q&A’ 자료에 따르면, 미일 관세 협상에서 일본은 현행 세계무역기구(WTO) 저율관세할당물량(TRQ) 약 77만톤을 유지하면서 이중 미국산 쌀의 비중을 늘리기로 했다.
일본은 국가별로 TRQ를 할당하지 않고 있어 다른 국가의 동의 없이도 미국의 쌀 비중을 조정할 수 있다. 지난 2019년 일본이 수입한 미국산 쌀의 양은 전체 수입쌀의 50.5%를 차지했지만, 2023년에는 29.8%로 감소하는 등 해마다 비중이 달랐다. 일본은 TRQ 물량 내에선 무관세로 쌀을 수입하지만, 그 이상에 대해서는 kg당 341엔(3210원)의 관세를 매긴다.
그러나 한국의 쌀 수입 구조는 일본과 다르게 다른 국가와 얽혀 있는 구조다. 한국은 쌀에 513%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40만8700톤만 TRQ로 정해 5% 저율 관세로 수입하고 있다.
또, TRQ를 미국과 중국, 호주, 태국, 베트남 등 5개국에 할당하고 있다. 국가별 할당량은 중국이 15만7195톤(38%)으로 가장 많고, 미국 13만2304톤(32%), 베트남 5만5112톤, 태국 2만8494톤, 호주 1만5595톤 등 순이다. 글로벌 물량으로 2만톤이 할당돼 있다.
우리나라가 이와 관련한 조약을 5개국과 맺은 상태이기 때문에, 국가별 쿼터를 조정하려면 중국을 포함한 5개국 모두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미 글로벌 무역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한국 쌀 시장과 관련한 내용에 합의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조약상 글로벌 쿼터(2만톤)는 최혜국대우 원칙에 따라 모든 WTO 회원국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편, 앞서 22일(현지시간) 미국은 일본이 자동차·트럭, 쌀, 일부 농산물 등에 대해 시장을 개방함으로써 8월1일부터 상호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일본과의 무역 협상을 전격 타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은 당초 일본에 예고한 25%의 관세를 15%로 낮추기로 했으며, 자동차에는 기존 2.5%의 관세가 더해져 최종 15%의 상호관세가 적용된다.
이에 한국 대통령실은 “우리의 협상에도 참고할 부분이 있다면 참고할 것”이라며 “국익을 최우선으로 삼고 미국 측과 협의에 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