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나쁜 매니저 [WORK & PEOPLE]

어쩌다 나쁜 매니저 [WORK & PEOPLE]

기사승인 2025-07-30 14:30:18
백현웅 나무리더십트레이닝 대표

대부분의 매니저는 좋은 리더가 되기를 원합니다. 팀의 방향성을 명확히 제시하고, 팀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며, 효과적인 성과 코칭과 피드백을 통해 구성원들의 성장을 돕는 리더 말입니다. 그리고 이런 기준으로 스스로를 평가할 때 ‘나름 괜찮은 리더’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좋은 리더가 되려는 의도와 달리 어느 순간 ‘나쁜 매니저’가 되어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함께 일하는 팀원들은 대화하기를 꺼리고, 시키는 일만 수동적으로 처리하며, 열정이나 창의력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회의나 미팅에 매니저가 있으면 팀 분위기는 경직되고, 없으면 오히려 편안해집니다. 당연히 팀 성과는 떨어지고 팀원 개인의 업무 성과도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좋은 의도, 나쁜 결과의 역설

이런 매니저들이 정말 나쁜 의도를 가졌기 때문에 이렇게 되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컨설팅과 강의를 통해 제가 만나본 다양한 조직의 리더들은, 의도적으로 팀원들을 괴롭히거나 업무를 방해하려는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리더는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동원해 팀원들이 일을 제대로, 빠르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 하거나, 도전적인 과업을 통해 팀원들의 능력을 성장시키려는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다 나쁜 리더’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팀원들의 관점에서 보면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리더들이 자신의 ‘좋은’ 의도에서 나온 말과 행동이 직원들에게는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자신도 인식하지 못한 말과 행동의 패턴이 팀원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결국 팀원들은 매니저의 ‘의도’가 아니라 ‘행동’을 보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디미니셔 효과, 보이지 않는 리더십의 함정

‘멀티플라이어’의 저자 리즈 와이즈먼은 매니저와 팀원들이 경험하고 있는 이런 상황을 ‘디미니셔 효과’라고 명명했습니다. 그리고 매니저들이 일터에서 팀원들의 능력을 축소시키는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면 당사자들은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크고, 설령 안다고 해도 맨 마지막에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상황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현실입니다. 많은 매니저들이 자신의 행동이 팀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객관적으로 인식하지 못한 채 영향력(리더십)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해결책은 용기 있는 피드백 요청

와이즈먼은 단순하지만 강력한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자신이 좋은 의도를 가지고도 디미니셔 효과를 일으키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다음과 같은 질문들입니다. 

“평소 나의 행동 방식 중에 좋은 의도에서 나왔음에도 사람들의 아이디어나 행동을 억누르는 것이 있나요?”

“사람들에게 내 행동이 본래 의도와 다르게 해석되는 경우가 있나요? 그럴 때 내 행동은 실제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나요?”

“나의 어떤 점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나요?”

예를 들어, 직장에서 팀원들과 소통하는 것이 어렵다고 느껴진다면 솔직하게 다가가서 이런 질문을 하고 그들의 생각과 의견을 경청해 보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상당히 어렵게 느껴지지만 시도해볼 가치가 충분합니다.

자기 인식이 좋은 리더의 출발점

리더는 자신의 타고난 성향이나 자연스러운 습관으로 인해 좋은 의도가 본의 아니게 팀원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가까운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구해서 자신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것이 ‘어쩌다 나쁜 매니저’가 되지 않고 좋은 매니저가 되는 출발점이고, 진정한 리더십 개발의 첫걸음입니다. 

*리즈 와이즈먼(Liz Wiseman), 『멀티플라이어: 최고의 리더는 어떻게 모든 사람을 더 똑똑하게 만드는가』, 한국경제신문사, 2019

글·백현웅 대표
나무리더십트레이닝 대표
주한외국기업연합회(KOFA) HR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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