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은 공무원 휴가 등으로 보도자료 기사가 적은 계절이다. 천안시는 게다가 시장 자리가 수개월째 비워있어 뉴스가 한가롭다. 이런 상황에서 기자들에게 한없이 ‘고마운’ 곳이 있다. 바로 천안시의회다.
같은 국민의힘 소속 두 의원, 김행금 의장-장혁 의원 갈등이 종착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장 의원이 11일 오전 10시 30분 기자회견을 예고하자, 김 의장이 미리 오전 8시 30분 보도자료로 선수를 쳤다. 그러나 김 의장의 자료가 장 의원 회견 내용을 덮기엔 부족하다는 중론이다.
장 의원은 지난 8일 천안서북경찰서에 김 의장과 함께 시의회 사무국 직원 3명을 고발했다. 이들이 지난 2월 시의회 인사위원회 구성 당시, 자격상 금지된 정당 가입 인사를 포함시켜 지방공무원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시의회 사무국에서 해당 정당에 전화해 “인사위원의 탈당 일자를 조정할 수 있느냐”고 문의한 정황까지 있다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김 의장과 사무국 직원들은) 정당인은 인사위원이 될 수 없다는 지방공무원법을 위반했고, 법이 정한 결격사유임에도 이를 확인하지 않고 위촉을 강행했기에 행정절차법 제27조를 위반했다”고 말했다.
조직의 장(長)들은 인사권을 자신의 의사대로 행사하기 위해 인사위원회를 가까운 인물들로 구성하곤 한다. 자신의 사무국 직원들 승진·징계 조치가 모두 인사위원회 심의 절차를 거치기 때문이다.
이런 위원들 선임 과정에서 정당인이 포함된 데 대해 주위에선 “그게 가능한 일이냐”며 갸우뚱한다. 시의회 사무국에 따르면, 위원 선임 때 자격 점검 리스트에 정당인 여부 항목이 분명히 포함돼 있다. 해당 위원의 “정당인이 아니다”는 말만 믿고 해당 정당에 확인하지 않는 게 실수라면 실수이다.

같은 날 김 의장이 낸 보도자료는 이런 절차상 벌어진 실수에 대해 밝히고, 의회 수장으로서 그에 대한 사과를 담았어야 했다.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 ‘저의 세심함 부족’ ‘운영상 미비점을 깊이 성찰’ 등 추상적 표현은 큰 호소력을 지니지 못한다.
김 의장의 세 가지 핵심 약속 중 생뚱맞게 ‘의장의 역할 강화’가 끼어 들었다.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며 절차를 투명하게 준수하겠다”는 다짐에 이런 제목을 붙인 것이다.
두 번째 약속이 문제가 된 인사위원회 구성과 관련된 부분이다. 대책으로 인사·윤리 규정 재정비와 이해충돌방지 장치 보완을 들었다.
시의회 인사위원회는 사무국 공무원 인사(승진, 징계)를 심의하는 곳으로 외부인사로 구성된다. 의원과 관련된 곳은 윤리특별위원회로 동료 의원들로 구성된다. 일부 인사위원들이 이 윤리특위 ‘자문위원’으로 구성될 뿐이다. 장 의원 징계를 심의하려는 윤리특위에는 인사위원들 직접 개입은 없다는 얘기다.
지난 2015년 초 일이다. 당시 천안시의원 2명이 중국측 여비 부담으로 쓰촨성을 다녀왔다. 이들은 천안시립무용단까지 동행해 현지 공연을 주선했다. 그런데 이 행사는 한 중국부동산개발회사의 아파트 분양 판촉 공연이었다. 언론에서 이런 사실을 밝히자 해당 시 의원들은 바로 과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런데 피해는 고스란히 사무국 모 팀장에게 돌아갔다. 좌천성 인사 조치를 당했다. 잘못은 시의원이 하고, 책임은 시 공무원에게만 돌아간 셈이다.
이번 시의회 사태서도 시의장과 시의원이 그 책임을 공무원에게만 돌리지 않길 바란다. 그들에 대한 인사·고과권이 전적으로 시의장에 있는 상황에서 사무국 공무원의 업무 자율성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공무원은 의원 눈치 보기에서 벗어나, 공직자 본연의 역할 및 직무에 당당히 임해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