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 유방암 중 약 11%를 차지하는 삼중음성유방암은 에스트로겐 수용체(ER), 프로게스테론 수용체(PR), HER2 단백질 수용체가 모두 음성인 까다로운 암이다. 세 가지 수용체가 모두 음성이기 때문에 호르몬 요법이나 표적 치료의 효과를 보기 어렵고,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다.
특히 이 질환은 40세 이하의 젊은 여성이나 폐경 전 여성에서 더 자주 발생한다. 대개 경제 활동이 활발하거나 어린 자녀를 돌보는 시기에 병을 마주하게 된다. 치료를 병행하면서도 가족의 생계를 걱정하고, 아이의 미래를 고민하는 일상은 환자 개인에게는 물론, 가족과 사회에 큰 영향을 남긴다. 고통의 무게가 단지 신체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들의 현실은 더 깊이 조명돼야 한다.
우리두리구슬하나는 환자와 가족들이 함께 웃고, 위로 받고, 정보와 지지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만들기 위해 ‘핑크 패밀리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이 캠페인은 삼중음성유방암 환자와 그 가족, 특히 어린 자녀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따뜻한 축제의 장이다. 동화책을 매개로 한 정서적 교감, 환우 간 공감과 연대를 통해 병원 밖에서도 이어지는 ‘치유의 순간’을 만들고자 한다.
캠페인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다. 암이라는 단어 앞에 너무 일찍 멈춰선 젊은 여성들에게, 그들의 가족들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동안 치료 옵션이 부족했던 삼중음성유방암은 대부분 항암화학 요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항체-약물 접합체(ADC)나 면역항암제 같은 신약들이 개발되며 새로운 희망이 떠오르고 있다. 다행히 대표적 ADC인 트로델비가 올해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통과한 데 이어 건강보험 적용이 이뤄졌다. 국민청원과 환자단체의 입장 발표 등 수많은 목소리가 만들어낸 변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하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미충족 수요는 존재한다. 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 1차 치료에서 쓰는 키트루다의 경우 많은 환자들이 치료 효과를 알면서도 경제적 이유로 포기하고 있다. 최근 트로델비와 키트루다의 병용요법이 유의미한 효과를 입증했다는 데이터가 발표되기도 했지만, 현실에서는 ‘그림의 떡’처럼 느껴지기 일쑤다.
‘치료제가 있다’는 것과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삼중음성유방암 환자들에게는 시간이 곧 생명이고, 선택지는 곧 희망이다. 젊은 여성의 삶이 무너지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환자들이 가정과 사회 속에서 존엄한 일상을 지킬 수 있도록 모두가 함께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