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은 인류 문명을 파괴하는 ‘초극단적 재난’이다. 국제정세, 개별 국가, 인간의 운명을 깊은 수렁으로 몰아넣는 부정적 대사건이다. 이것은 주로 개인의 심리, 국가 내부의 정치, 국가 간의 정치 등이 원인이 돼 발발한다.
군사학자인 클라우제비츠는 ‘전쟁론’에서 전쟁 성격을 네 가지로 분석하기도 했다. 첫째, 전쟁은 ‘위험’ 영역이다. 둘째, 전쟁은 ‘육체적 피로와 고통’ 영역이다. 셋째, 전쟁은 ‘불확실성’ 영역이다. 넷째, 전쟁은 ‘우연’ 영역이다.
인류 역사에서는 전쟁이 많이 발발했다. ‘인류사는 곧 전쟁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전쟁으로 말미암아 역사가 크게 뒤바뀌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인류 역사와 밀접하게 닿아있는 전쟁사를 살펴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순리처럼 보인다.
작가가 오랜 시간에 걸쳐 쓴 ‘전쟁의 역사’는 역사의 변곡점이 된 주요 전쟁사 10가지를 담고 있다. 미국 내전사인 ‘남북 전쟁’, 전쟁사 최대 이변인 ‘러일 전쟁’, 극심한 소모전인 ‘제1차 세계대전’, 동아시아 최악의 전쟁인 ‘중일 전쟁’, 제2차 세계대전의 시작인 ‘서부 전역’, 인류 역사상 최대 최악의 전쟁인 ‘독소 전쟁’, 일본 제국주의를 몰락시킨 ‘태평양 전쟁’, 중국 대륙 패권 둘러싼 거대한 충돌인 ‘국공 내전’, 냉전 시대 최악의 열전인 ‘한국 전쟁’, 월남 패망사인 ‘베트남 전쟁’ 등이다.
작가는 각각의 편에서 전쟁 원인과 전황, 파급 효과 등을 매우 세밀하게 그려냈다. 마치 전장 한복판에 들어가 일일이 탐구하며 썼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자세하다. 군부대에서 ‘전략 전술’의 참고서로 사용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다양한 전략 전술의 향연도 펼쳐진다. 또한 읽는 독자들이 흥미를 느끼게끔 충분한 재미적 요소까지 곁들여있는 것은 덤이다.
대체로 전쟁사들이 흥미롭게 서술되고 있지만, 역설적인 측면도 존재한다. 전쟁 참상을 적나라하게 노출시킴으로써 ‘평화’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현재 세계 각지에서 크고 작은 전쟁이 발발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평화라는 집필 의도는 매우 시의적절하다.
최경식 작가는 “지난 역사를 돌이켜보면 좋은 전쟁은 거의 없었고, 나쁜 평화도 거의 없었다. 역사는 인류가 왜 전쟁을 회피하고 평화를 지향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설명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독자들은 책에 있는 실증적 사례들을 통해 전쟁의 정체(正體)가 무엇인지를 폭넓게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초극단적 재난인 ‘전쟁’에 대한 작가의 깊이 있는 탐구를 정독해 보기를 많은 독자들에게 권한다. 작가의 전작들인 ‘정변의 역사’, ‘암살의 역사’, ‘숙청의 역사-세계사편’, ‘숙청의 역사-한국사편’도 함께 읽는다면 더욱 흥미로운 역사 탐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