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대 증원에 반발해 일제히 병원을 떠났던 전공의들이 오늘 수련병원에 복귀할 예정이다. 1년 반 넘게 이어졌던 전공의 공백이 해소되면서 대형병원에서 축소됐던 수술과 진료가 상당히 회복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전공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늘린 진료지원(PA) 간호사와의 업무 중복 등 혼선도 예상된다.
1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수련병원별 하반기 전공의 모집 절차가 지난달 29일까지 대부분 마무리돼 전공의들이 이날부터 수련을 개시한다. 의·정 갈등 이전 전공의 숫자(1만3531명)의 80%가량이 복귀한다. 지난 6월 추가 모집으로 전국 수련병원에 기존 인력의 18.7%(2532명)가 돌아온 상태였다.
다만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복귀를 지원한 박단 전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탈락 통보를 받는 등 일부 전공의는 복귀가 무산되기도 했다.
전공의 복귀로 수술과 항암을 중심으로 대형병원 진료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수술·진료가 정상화되면 환자들의 불편이 줄고 교수들의 업무 부담도 크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상급종합병원은 PA 간호사를 늘려 전공의 진료 공백을 메웠다. 하지만 교수들이 외래 진료와 수술, 당직까지 도맡으면서 수술과 진료가 대폭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 응급실에 온 환자를 당직 전공의가 봐주는 ‘배후진료’가 어려워지면서 응급실 운영도 차질을 빚었다.
정부는 이러한 변화가 안정적으로 이어지는지 지켜본 뒤 지난해부터 유지된 보건의료재난 위기경보 ‘심각’ 단계를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전공의들이 돌아오더라도 병원 분위기는 예전과 다소 달라질 전망이다. 복귀하는 전공의들은 ‘근로자’가 아닌 ‘피교육자’ 신분을 강조하며 과거와 같은 장시간 당직 근무에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실제 일부 전공의는 복귀 조건으로 야간 당직 축소를 요구했고, 온콜 대기에 대한 불만도 제기했다. 정부는 전공의 주당 근무시간을 80시간에서 72시간으로, 연속 근무시간을 36시간에서 20시간으로 줄이는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1년 반의 전공의 공백을 메워왔던 PA 간호사와의 업무 분장도 시급한 과제다. 그간 PA들은 드레싱, 진단서 초안 작성, 피부 봉합 등 일부 전공의 업무를 맡아왔는데, 복귀 이후 역할을 어떻게 나눌지 병원마다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의 복귀가 본격화되더라도 수도권 쏠림 현상과 필수의료과 기피 문제는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올해 상반기 수도권 전공의 비율은 67%를 넘어섰으며, 소아청소년과·흉부외과·응급의학과 등은 여전히 지원율이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