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LCK 대미를 장식하는 포스트 시즌이 팬들에게 보는 맛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도입한 피어리스 드래프트가 5전 3선승제로 진행되면서 팬들이 상상하지 못한 챔피언들이 여럿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5 LCK 포스트 시즌은 플레이-인으로 포문을 열었다. 3일 열린 농심 레드포스와 OK저축은행 브리온의 1라운드 첫 경기에서는 올라프와 타릭이 선을 보이면서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올라프는 3~5라운드에서 등장하지 않았던 것은 물론, 2023년 4월1일에 쓰인 이후 무려 886일 만에 LCK 공식전에 모습을 드러냈다. OK저축은행 브리온 정글러 ‘크로코’ 김동범이 꺼내든 올라프는 초반부터 킬과 어시스트를 챙기면서 OK저축은행 브리온이 3세트를 압승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농심 레드포스는 5세트에서 타릭을 기용하면서 파격으로 맞섰다. 서포터 ‘리헨즈’ 손시우가 활용한 타릭은 OK저축은행 브리온의 초반 포탑 다이브를 황홀한 강타로 저지하면서 역습의 발판을 마련했고 이때 만들어진 스노우볼을 끝까지 굴리면서 팀이 승리했다.
4일 열린 디플러스 기아와 BNK 피어엑스 대결도 조커픽 연속이었다. BNK 피어엑스는 2세트에서 미드 라이너 ‘빅라’ 이대광에게 모르가나를 쥐어줬고 결정적인 순간마다 속박을 적중시키면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최근 5년 동안 정글러와 서포터들이 주로 사용하던 모르가나를 미드 라이너가 사용한 것은 2020년 1라운드에서 ‘쵸비’ 정지훈(당시 DRX)이 마지막이었다.
4세트에서 두 팀은 동시에 숨겨 놓은 카드를 꺼내기도 했다. 블루 진영에서 밴픽을 마무리해야 하는 디플러스 기아가 마지막 챔피언으로 비에고를 뽑아 ‘쇼메이커’ 허수에게 주자 BNK 피어엑스는 ‘디아블’ 남대근이 베인을 가져가면서 맞불을 놓았다. 디플러스 기아가 초반에 킬 격차를 크게 벌리면서 낙승을 거두는 듯했지만 막판에 남대근의 베인이 멀티킬을 가져가면서 반격했고 넥서스 앞 전투에서 디플러스 기아가 간신히 버티면서 승리를 지켜냈다.
정글러 전용 챔피언으로 여겨졌던 비에고를 미드 라이너가 사용한 것은 2025년 LCK컵 결승전에서 젠지의 미드 라이너 ‘쵸비’ 정지훈 이후 반년 만이며 베인을 바텀 라이너가 사용한 것도 거의 1년 만이다.
5세트에서는 디플러스 기아가 멜이라는 조커 카드를 꺼내기도 했다. 2025년 새로 선을 보인 챔피언인 멜은 LCK컵 기간에 네 번 사용됐고 모두 승리를 거뒀지만 최근 연이어 하향 조정되면서 LCK 정규 시즌에서는 한 번도 선택을 받지 못했다. 디플러스 기아가 ‘쇼메이커’ 허수의 다재다능함을 믿고 기용했고 후반까지 잘 버텨냈지만 아쉽게도 승리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불과 두 경기를 치렀을 뿐인데 정규 시즌에서 거의 등장하지 않았던 챔피언들이 다수 선을 보이면서 팬들의 반응도 뜨겁다. 팬들 사이에서는 피어리스 드래프트를 보는 맛은 5전 3선승제에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3전 2선승제로 진행됐던 정규 시즌에는 진영에 따라 금지하는 챔피언이 고정되기도 하고 각 팀들이 세트에 따라 선택할 챔피언이 예측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5세트까지 갈 경우 50개의 챔피언을 사용하지 못하는 5전 3선승제에서는 피어리스 드래프트 본연의 재미가 팬들을 자극하고 있다.
팀들의 대응도 매우 적극적이다. 피어리스 드래프트가 처음 도입된 LCK컵에서는 1~4세트까지 예상할 수 있는 범위의 챔피언들이 등장하고 5세트에서 조커 픽이 나왔던 것과 달리 이번 플레이-인 두 경기에서는 팀이 패배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특이한 챔피언을 선택, 변수를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것이 기존 방식과 달라진 점이라 할 수 있다.
2025 LCK 포스트 시즌은 대망의 결승전이 열리는 28일까지 13경기를 더 남겨두고 있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챔피언들이 어떤 순간에 등장할지 팬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