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검열에도…자파르 파나히 감독 “누구도 영화 제작 막을 수 없다” [30th BIFF]

이란 검열에도…자파르 파나히 감독 “누구도 영화 제작 막을 수 없다” [30th BIFF]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작 ‘그저 사고였을 뿐’ 기자회견

기사승인 2025-09-18 13:45:54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18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갈라 프레젠테이션 ‘그저 사고였을 뿐’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 누구도 영화 제작을 막을 수 없다. 언제나 방법을 찾아서 내 아이디어를 전할 것이다.”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18일 오전 부산 우동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영화 ‘그저 사고였을 뿐’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1995년 ‘하얀 풍선’으로 칸영화제 감독주간 황금카메라상을 받으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로카르노영화제 황금표범상(‘거울’),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써클’),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택시’), 칸영화제 각본상(‘3개의 얼굴들’) 등 상징적인 영화제에서 두루 수상했다.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작품들은 이란의 정치·사회 문제를 꼬집는다. 제78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에 이어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한 영화 ‘그저 사고였을 뿐’ 역시 그렇다. 박성호 프로그래머는 “불확실한 진실과 도덕적 혼란 속에서 인간성을 정면으로 맞닥뜨리게 하는 문제작”이라고 소개했다.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그간 체포, 구금, 가택연금, 영화 제작 금지, 출국 금지 등 이란 당국의 탄압에도 자신의 목소리를 영화를 통해 내왔다. 이는 현재진행형이다. 정부 검열을 피해 프랑스 대표작으로 ‘그저 사고였을 뿐’을 아카데미에 출품한 것. 파나히 감독은 “저와 같은 독립적인 영화제작자가 이러한 문제에 직면하지 않도록 연대하고 힘을 모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영화가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어떻게든 길을 찾아 사회 고발 영화를 창작하는 까닭이자, 이를 자신의 삶으로 증명한 거장의 신념이었다. 파나히 감독은 “20년간 영화 제작 금지 처분을 받아서 스스로 카메라 앞에 섰던 기억도 있다”며 “‘영화를 만들지 못한다면 택시를 운전하지 않을까. 그러면서 카메라를 숨겨서 승객을 몰래 찍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면서 ‘택시’가 나왔다”고 돌아봤다.

저항할 힘은 아내에게서 온다고 했다. 관련 질문을 받은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반드시 영화를 만들어야만 한다. 그래야 아내를 지키고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고 농 섞인 답변을 내놨다. 이렇듯 파나히 감독이 시련에도 무너지지 않고 방향을 지킬 수 있었던 진짜 이유는 ‘인간미’였다. 세계 3대 영화제를 석권한 거장은 “영화를 만들 때 가장 기쁘고, 무엇을 만들지 고민할 때가 가장 힘들다”고 진솔하게 털어놨다.

‘그저 사고였을 뿐’은 10월1일 한국에서 개봉한다. 전 세계 최초다. 상영을 앞두고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요청받은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이 영화를 보시는 게 시간 낭비가 아닐 거다. 분명히 그럴 것”이라고 확신했다.

 

심언경 기자
notglasses@kukinews.com
심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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