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산업 비상을 위한 저작권 논의 [기고]

웹툰산업 비상을 위한 저작권 논의 [기고]

기사승인 2025-09-19 09:41:30 업데이트 2025-09-19 12:14:19
이동우 한국웹툰작가협회 이사.

웹툰을 기반으로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만드는 작가로서 때때로 우리의 웹툰문화가 가진 색채를 돌아본다. 우리 웹툰 문화의 스펙트럼은 아직 충분히 다채롭지 못하다. 여전히 산업 논리와 흥행 중심의 구조 속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런 시점에 저작권을 산업적 권리의 범주로 묶어 지식재산처가 관리할 수도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지식재산처가 산업·기술적 성과 보호에 초점을 맞춘 기관이라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보호원은 창작자의 권익과 국민의 문화 향유를 고려하는 기관이다. 저작권이 만약 산업재산권 체계로 이관되어 운영된다면, 자칫 창작의 다양성이 산업 논리에 종속될 우려가 있다. 문화적 다양성의 가치가 더욱 소외될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웹툰의 경우 다양성의 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태생부터 장르와 형식의 실험이 활발히 이루어졌기에 눈부신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매체이기 때문이다. 최근 웹툰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일부 영역에서 위축마저 나타나는 것은, 다양성의 부재와도 무관하지 않다. 다양성은 문화예술에 대한 다채로운 이해를 가진 기관의 지원 아래에서 뿌리를 내릴 수 있다. 창작자가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이 줄어들면, 결국 시장은 획일화되고 다양한 이야기를 접하지 못한 독자들 역시 흥미와 충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산업 전체의 동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저작권은 보호와 지원, 그리고 문화 향유를 잇는 다리일 때 제기능을 한다고 믿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금껏 다양성 창작 지원 사업, 공정계약 지원, 저작권 보호 국민 인식 제고 사업 등을 펼쳐온 것도 문화다양성의 균형을 지키려는 시도였다.

이미 OECD 국가 대부분은 저작권과 산업재산권을 분리하여 집행하고 있다. 특히 주요 선진국에서는 문화부처가 저작권을 전담해 관리하는데, 이는 단순한 행정 편의가 아니라 저작권 제도의 본질을 존중하는 선택이다. 저작권의 가치를 경제적 측면에 한정하지 않고 문화적·사회적 영역까지 아울러 올바르게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국제적 추세에 반해 저작권을 문화체육관광부가 아닌 지식재산처에서 산업재산권과 함께 관장하자는 주장은 저작권의 문화적 성격을 간과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창작자의 저작 권리는 단순히 ‘내 작품을 지켜 달라’는 요구에서 그치지 않는다. 저작권은 불법 복제를 막는 동시에 창작물을 더 널리 퍼뜨리고 더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지원 제도를 뒷받침하면서 작동시킬 때 비로소 제기능을 다한다. 저작권 관리와 지원 제도는 창작자가 안심하고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하고, 독자에게는 다채로운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는 문화적 기반이 되어야 한다.

웹툰은 대한민국이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그 가치는 단순히 산업적 정량 성과에 있지 않다. 수많은 창작자들이 각자의 목소리로 실험을 이어가고, 그 시도가 존중받을 때 비로소 웹툰은 살아 있는 문화가 된다. 시장 속 문화 다양성 창작 환경이 보장될 때 독자는 더 풍부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고, 산업 역시 무너지지 않는 활력을 얻는다. 저작권은 문화적 가치와 창작의 자유를 보장하는 최소한의 울타리다. 웹툰이 앞으로도 한국을 넘어 세계와 나눌 수 있는 문화 창구가 되기 위해, 저작권은 반드시 문화의 결 안에서 관리되어야 한다.

글·이동우 한국웹툰작가협회 이사(우동이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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