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AI 인프라 확충 드라이브... ‘엔비디아 쏠림’ 속 국내 IT업계 고심

정부, AI 인프라 확충 드라이브... ‘엔비디아 쏠림’ 속 국내 IT업계 고심

기사승인 2025-09-27 06:00:12 업데이트 2025-09-27 07:42:38
엔비디아 로고. 연합뉴스 제공

정부가 1조4600억원 규모의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충 사업을 본격화하며 국내 AI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AI 열풍 속에서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글로벌 시장의 엔비디아 의존도가 심화되면서 한국 IT 산업은 자원 확보와 경쟁력 강화라는 이중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정부, GPU 확보 목표 4배 상향... “수요 20%만 충족” 한계

26일 IT 업계에 따르면 내년 국내에서 운용 가능한 GPU 수는 7만장 이상으로, 올해 초 2만장 대비 3배 늘어날 전망이다. 서비스형 GPU(GPUaaS) 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정부의 확보 물량 1만3136장은 전체 수요의 20% 수준에 그친다. 이같은 한계를 인식한 정부는 내년 GPU 1만5000장을 추가 구매하기 위해 2조원가량의 예산을 확보했다. 또 2028년까지 5만장, 2030년까지 20만장 확보라는 대폭 상향된 목표를 제시했다. 당초 5만장 계획을 4배 늘린 것으로, 총 10조원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앞서 한 언론 인터뷰에서 “2030년까지 GPU 20만장 확보와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로 AI 3대 강국을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네이버·NHN·카카오, 본격 서비스 준비…쿠팡은 독자노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7월28일 ‘AI 컴퓨팅자원 활용기반 강화사업’의 최종 사업자로 네이버클라우드, NHN클라우드, 카카오를 선정했다. 세 기업은 엔비디아의 최신형 GPU인 B200과 H200을 포함해 총 1만3000여장을 확보해 내년 1분기까지 국내에 순차적으로 반입할 예정이다. 확보된 GPU는 국가AI컴퓨팅센터를 통해 학계와 스타트업에 제공된다.

정부 사업에 선정된 3사는 GPU 인프라를 기반으로 서비스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NHN클라우드는 가장 많은 7656장의 B200을 배정받으며 최대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NHN클라우드는 수랭식 데이터센터 운영 방식을 적용해 에너지 효율과 성능을 동시에 끌어올릴 계획이다. 또한 ‘GPU 통합지원 포털’을 열어 연구자와 스타트업이 온라인으로 GPU 자원을 신청·배분받을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최신형 H200 3056장을 확보해 성능 경쟁력을 갖췄다. 카카오는 2424장의 B200을 기반으로 자사 초거대언어모델과 생성형 AI 서비스 고도화에 집중한다. 세 기업 모두 12월부터 본격적으로 GPU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반면 정부 사업에서 제외된 쿠팡은 ‘쿠팡 인텔리전트 클라우드(CIC)’로 리브랜딩하고 1만장 이상의 GPU 확보와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하며 독자적인 클라우드 사업을 신성장축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격차 확대…엔비디아, 영국에 12만장 공급

한국이 어렵게 GPU 물량을 확보하는 사이, 글로벌 격차는 더 커지고 있다. 엔비디아는 지난 16일(현지시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에 맞춰 영국에 12만장의 블랙웰 GPU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한국 정부 확보분의 10배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영국은 AI 산업 혁명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고,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AI 시대에 영국이 기술 변화의 최전선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GPU 공급이 단순한 거래를 넘어 국가 전략과 외교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대안 모색…韓 전문가 “구조적 전략 마련해야” 

이런 현실 속에서 국내 업계와 정부는 엔비디아 의존도를 줄이고 자립적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시도를 서두르고 있다. 

스타트업 퓨리오사AI는 추론용 반도체 ‘레니게이드’로 LG AI연구원의 거대언어모델 ‘엑사원’에 공급을 확정지었고, 리벨리온은 ‘ATOM’ 시리즈를 앞세워 개방형 생태계 확산을 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력을 바탕으로 엔비디아 외 칩 개발사와 협력을 강화하는 중이다.

지방정부도 가세했다. 충남 아산시는 3200억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추진하고, 광주광역시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확보하며 국가 AI컴퓨팅센터 유치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GPU 물량 확보를 넘어 ‘구조적인 전략’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업계 전문가는 “특정 기업 칩에만 의존하는 구조로는 한국 AI 경쟁력이 한계에 부딪힌다”며 “국산 GPU 개발, 소프트웨어 최적화, 전력·데이터센터 인프라 확충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혜민 기자
hyem@kukinews.com
이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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