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연임’ 걸린 국감 시험대…금융권, ‘생산적 금융’ 벼락치기

‘회장 연임’ 걸린 국감 시험대…금융권, ‘생산적 금융’ 벼락치기

기사승인 2025-09-29 17:48:37
시중은행 ATM기. 쿠키뉴스 자료사진

국정감사가 코앞으로 다가오자 주요 금융지주들이 대규모 ‘생산적 금융’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신정부 정책 기조에 발맞추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특히 내년부터 줄줄이 임기 만료를 맞는 금융지주 회장들에게 이번 국감은 연임 가도를 위한 ‘1차 시험대’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 신임 수장들은 연일 금융권의 체질 개선을 압박하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날 은행장들과의 첫 상견례에서 ‘금융 대전환’을 위한 은행권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며 “담보와 보증에 기댄 손쉬운 이자 장사에 비해 변화와 혁신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이재명 정부는 가계·부동산에 쏠린 금융자금을 기업과 모험자본으로 유도하는 ‘생산적 금융’을 핵심 금융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가계대출과 부동산 등 비생산적 부문에 집중된 금융권 자금을 기업과 혁신산업으로 돌려 경제활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현 정부는 ‘포용금융’을 통해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고 금융의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병행하고 있다. 

‘이자 장사’ 비판에…국감 앞두고 꺼내 든 ‘생산금융’ 카드

금융권은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으며 정부 기조에 화답하는 모습이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이날 ‘우리금융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 최고경영자(CEO) 합동 브리핑’에서 오는 2030년까지 80조원을 투입해 생산·포용 금융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손쉬운 주택담보대출 위주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첨단전략산업에 쏟아붓겠다는 파격적인 계획이다. 전체 150조원이 목표인 국민성장펀드에 출자하는 10조원, 자체 투자 7조원, 융자 56조원을 포함한 73조원을 생산적 금융 추진에 활용한다. 나머지 7조원은 포용금융에 투입한다. 

KB금융그룹 역시 창립 17주년 기념사에서 ‘생산적 금융’을 핵심 화두로 제시했다. 양종희 회장은 ”생산적 금융 확대를 통해 새로운 성장의 불씨가 되어야 한다”며 그룹 차원의 ‘생산적 금융 협의회’ 구성 사실을 밝혔다. 하나금융도 “생산적 금융 대전환 정책에 발맞춰 생산적 자금 공급, 벤처투자 확대, 국민성장펀드 참여 등 3대 핵심 추진사항을 적극 이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하나은행은 이날 대전시와 손잡고 ‘D-도약펀드’에 1000억원을 출자하며 “생산적 금융의 대표 모범사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한은행 역시 정부가 추진하는 ‘초혁신경제 15대 선도 프로젝트’에 발맞춰 전담 애자일(Agile) 조직을 신설하고 성장지원 방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2일 그룹 창립 24주년 기념토크콘서트에서 “우리 사회의 성장을 북돋는 이타적인 역할을 적극 수행하는 생산적 금융을 구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더 무거워진 국감…CEO 연임 레이스 ‘1차 관문’

금융권이 일제히 ‘생산적 금융’을 외치는 배경에는 국정감사가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금융지주들은 역대급 실적을 거두며 ‘이자 장사’로 국민들의 고통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정부와 정치권 역시 지속적으로 금융권의 사회적 역할을 압박해왔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첫 국감인 올해, 금융사들의 사회적 역할과 상생금융 실적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새 정부가 가계대출 위주의 성장에서 벗어나 혁신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을 강하게 요구해 온 만큼, 각 금융지주는 관련 성과를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금융지주들은 국감장에서 쏟아질 비판을 최소화하고 긍정적인 평가를 얻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각사가 경쟁적으로 내놓는 대규모 지원책은 ‘국민과 함께 성장하는 금융’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특히 올해 국감은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에게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주요 금융지주 회장 임기가 차례로 만료돼 사실상 ‘연임 레이스’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내년 3월 임기를 마친다. 내년 11월엔 양종희 KB금융 회장의 임기가 만료된다. 모두 연임 도전이 유력한 상황에서, 이번 국감은 사실상의 ‘연임 1차 관문’으로 여겨진다. 국감에서 부정적인 이슈가 불거질 경우, 연임 가도에 치명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각 지주는 논란 소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총력 대응에 나서는 분위기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금융권의 화두가 ‘생산적 금융’으로 모아지는 것은 여러 상황을 고려한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보인다”며 “국정감사라는 큰 현안이 있고, 주요 CEO들의 연임 문제도 맞물려 있는 만큼 정책 기조에 적극적으로 부응하려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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