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 기술 수출…MASGA 프로젝트 맞춤형 실행안 마련해야

K-조선 기술 수출…MASGA 프로젝트 맞춤형 실행안 마련해야

기사승인 2025-09-29 19:21:13 업데이트 2025-09-29 19:22:43
이상협 전 방위사업추진위원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K-방산 4대 수출 강국 육성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미국의 조선업을 부활시키고자 한·미가 함께 MASGA 프로젝트에 힘을 싣기로 했다. 큰 기대 속에서 우리 방산주는 코스피 상승을 이끌면서 거침없는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월 미국은 노후화된 해군과 해안경비대 함선을 오는 2050년대까지 점차 퇴역시키고 신규 함선을 대규모로 조달할 계획을 공개했다. 지난 2월에는 연방 상원에서 미 해군과 해안경비대 함선 건조에 관한 각각의 현행법(번스-톨레프슨법)에 동일한 개정사항을 추가해 ‘해군 준비태세 보장법’과 ‘해안경비대 준비태세 보장법’을 발의했다. 

이 개정법률안은 현행법상 금지 규정에 대한 대통령의 예외승인권에 일정한 조건을 부가해, 국가안보상 신뢰할 수 있고 비용면에서 효율적인 조선 역량을 보유한 국가의 조선소만 함선을 건조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여기에는 조건이 붙어있다. 첫째 외국 조선소가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이거나 미국과 상호방위협정을 체결한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일 것, 둘째 해당 건조 비용이 미국 내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비용보다 낮을 것, 셋째 외국 조선소가 중국기업 또는 중국에 소재한 다국적 기업이 소유·운영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할 것 등이다. 사실상 우리나라와 일본 정도가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군이다. 

최근 필자는 방산업체 시찰 일환으로 한 조선사를 방문했다. 방문 당시 해군의 이지스급 구축함과 외국에 수출할 호위함이 동시에 정박·건조 중이었다. 외관적으로 보더라도 두 함정의 크기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컸다. K-조선의 자부심을 느꼈다.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우리나라는 지난 1980년에 이르러서야 최초의 국산 전투함인 울산함 건조(1800t)에 성공했다. 호위함 수준의 작은 전투함 건조 기술만 있었을 뿐이다. 그후 이지스급 구축함 건조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자 2003년 우리는 미국으로부터 이지스전투체계(Aegis Combat System)를 구입하려고 했다. 당시 미국은 전투체계 뿐만 아니라 이지스구축함의 설계도면까지 함께 구입할 것을 권했다고 한다. 이전의 전투함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최첨단 구축함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설계도면은 구입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조선 기술력을 자신한 조선사와 해군이 우리 기술로 설계도면을 작성하는 모험을 택했던 것이다.

‘신의 방패’라고 일컬어지는 이지스전투체계를 베이스로 모든 장비와 기능을 한데 묶어 이지스함을 완성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수많은 시행착오와 노력으로 당당히 한국형 이지스구축함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지금은 우리나라의 이지스구축함 건조 기술력이 미국과 성능면에서 동일하거나 앞선다고 한다. 게다가 건조 기간도 미국의 3분의 2 수준으로 짧고 건조 비용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 그만큼 MASGA 프로젝트에 대응할 만한 수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다만 우리 K조선의 기술 경쟁력이 수출 경쟁력 확보로 이어지려면 몇 가지 반드시 개선해야할 조건들이 있다. MASGA 프로젝트에 대응하려면 현지 여건과 기준에 맞추려는 다각적인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우선, 현재 해군의 경우 이지스급구축함에 대한 일부 ROC(작전운용성능)에 대한 유연성이 필요하다. 속도를 30노트 이상 유지하다 보니 선체 크기가 제한돼 억지로 공간을 짜맞춰야 하는 일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반면 미국 해군의 경우 장시간 해상근무를 하다보니 함정에서의 여유로운 공간을 원하는데 우리는 이러한 기준을 맞출 수 없는 상태다. 

둘째, 이지스급 구축함에 대한 수출 지원 체계가 시급하다. 지금까지는 호위함 이하의 작은 함정을 중심으로 해외 수출이 이뤄져 왔다면, 이제는 대형 이지스급 구축함에 대한 수출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지스 구축함과 상륙함 및 공기부양정(LST) 등 다양한 플랫폼화의 패지키화를 통해 미국과의 수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지스급 구축함은 전체 공정의 약 40% 수준에서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이지스전투체계(Aegis Combat System)를 탑재한다. 미국의 입장에선 자국의 전투체계가 탑재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는 셈이다. 

보다 구체적인 MASGA 프로젝트 방안을 마련해 오는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K-조선의 기술력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고 홍보할 수 있는 계기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글·이상협 전 방위사업추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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