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노동은 없다’ 판결에… 병원계 ‘대응 방안’ 고심

‘공짜 노동은 없다’ 판결에… 병원계 ‘대응 방안’ 고심

수련병원협의회, 공동 대응책 마련 착수
“전문의 중심으로 전환 준비해야”

기사승인 2025-10-28 06:00:09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대법원이 전공의의 주 40시간 초과 근무에 대한 추가 수당 지급 의무를 인정하자, 병원계가 정부의 제도 정비 필요성을 제기했다. 전공의를 근로자가 아닌 교육생으로 대우하려면 대형 병원에 전문의를 확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대법원은 지난 9월 11일 병원과 전공의가 수련을 명목으로 맺어온 주 80시간 포괄임금 약정이 무효라고 판단하고, 주 40시간을 초과한 근무에 대해 초과근무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판결 이후 전공의노조는 입장문을 통해 환영 의사를 밝히고, 보건복지부와 노정교섭, 수련병원협의회와의 산별교섭을 통해 근로조건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수련병원들은 판결에 따른 변화에 대비해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섰다.

수련병원협의회는 자체 법률 자문 등을 통해 전공의노조의 산별교섭 요구에 대비하고, 수련병원들이 공동으로 대응할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수련병원협의회 관계자는 “판결 이후 아직 전공의 중에 추가 소송이 제기되지 않아 현재 대응 방안을 준비 중”이라며 “개별 병원이 근로계약서를 따로 수정하기보다는 협의회를 중심으로 공동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11월 이사회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전공의와 대립하려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가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전공의와 병원 모두 대법원 판결에 따른 변화에 대비하는 가운데, 과거 체제대로 병원을 운영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공의를 근로자가 아닌 교육생으로 대우하고, 이에 맞춰 병원 운영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에서 근무 중인 한 교수는 “대법원 판결을 기점으로 이제는 전공의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며 “전공의들은 엄밀히 말하면 근로자가 아니라 교육받는 교육생이므로 이들에게 과도한 노동을 시켜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해외 대형 병원 사례처럼 전공의가 아닌 전문의 중심으로 병원 체계를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해외 대형 병원은 진료과마다 전문의가 약 40명 가까이 근무하지만, 한국은 상급종합병원조차 이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대법원 판결과 달라진 의료 환경을 반영한다면 전공의가 아닌 전문의가 병원 진료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이 교수는 “대법원 판결 취지는 전공의에게 과도한 노동을 시키지 말라는 데 있다”며 “병원도 이에 맞춰 외국처럼 전문의 중심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병원 내 전문의 수를 늘리고, 수술 보조 등 전공의가 맡던 업무도 전문의가 담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병원들이 구조 전환을 하려면 부족한 전문의를 확충할 방안을 세워야 하고, 이에 따라 상승하는 의료비에 대한 계획도 필요하다”며 “의료체계를 개편하려면 국민에게 인기 없는 정책도 시행할 결단이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찬종 기자
hustlelee@kukinew.com
이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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