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의 삶은 모두 같습니다. 나서 자라고 늙고 다시 돌아가죠.
어릴 때 무지하게 길 것만 같았던 인생은 내 반쪽을 만나 아이를 기르면서 조금씩 늙게 되면 결코 길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 때가 돼서야 가족이라는 단어가 퍼뜩 떠오르게 되죠.
아차차, 우리 아버지 어머니! 형, 누나. 동생!
언제나 우리 곁에서 우리를 지켜줄 것만 같았던 내 가족들이 하나둘씩 내 곁을 떠날 때마다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알게 되죠.
나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준 우리 부모님, 나와 함께 자라며 나를 지탱해준 형제자매들. 비록 조금은 늦었지만 말글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한 내 가족과 추억을 만드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함께 여행을 가거나 식사를 하거나 대화를 하거나. 하지만 그 무엇보다 사진을 찍는 게 추억을 담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죠.
해외 사진 사이트에서 종종 유행이 되는 사진 모음이 있습니다. 오래전 찍은 가족사진을 수 십 년이 지난 뒤 다시 똑 같은 장소에서 똑 같은 포즈로 찍는 거죠. 함께 보시죠.
아버지가 갓난 아들을 품에 안고 졸고 있습니다. 육아의 고단함이 잘 묻어 있네요. 수 십 년 뒤 아들은 수염이 가득 난 어른이 됐습니다. 탱탱하던 아버지의 얼굴은 늘어졌고 머리숱도 현저하게 줄었네요(사진 1).
욕조에 아이들 네 명이 발가벗고 목욕을 하고 있습니다. 막내의 얼굴을 카메라를 향해 돌리고 있는 형이 재미있네요. 형제가 다 큰 어른이 돼 같은 욕조에 앉았습니다. 욕조가 비좁습니다(사진 2).
어린 강아지를 안고 있는 아이가 10년만에 어른이 됐습니다. 그 작고 귀엽던 강아지는 이제 어른만한 개가 됐네요(사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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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에서 엄마가 두 아들의 비행기를 태우고 있습니다. 한 놈은 손으로 또 한 놈은 발로. 22년이 지난 지금. 이제 다 커버려서 엄마는 두 아들을 똑같이 들어올릴 수는 없습니다. 기발한 방법으로 두 아들이 똑같은 포즈를 연출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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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안에서 두 명의 형제와 자매가 익살스러운 포즈를 취하고 있습니다. 다 커버린 형제자매지만 얼굴에는 행복이 가득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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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아이가 입 주변에 스파게티를 잔뜩 묻히며 밥을 먹고 있습니다. 어른이 됐지만 똑같은 사진을 위해 역시 입 주변에 스파게티 소스를 잔뜩 묻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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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리아는 어릴 적 아빠의 신발을 신고 곧잘 놀았나 봅니다. 23년 뒤에 세실리아가 부쩍 커버려 아버지 신발을 신을 수 있게 됐군요. 그런데 저 신발은 수 십 년 동안 보관됐던 걸까요?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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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갓난아기였던 메리씨가 바구니에서 웃고 있습니다. 2011년 똑같은 포즈를 취했는데. 몸집이 너무 커져서인지 비슷하지만 큰 바구니를 구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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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어머니의 젊은 사진은 항상 멋지고 예쁘죠. 50년을 함께 한 두 분이 다시 똑같은 포즈를 취했습니다. 어머니의 등이 굽고 아버지는 초라해지셨지만 다정하게 팔짱을 낀 두 분을 보니 행복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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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난 아들을 들어 올리는 아버지. 아버지가 아들을 웃기려고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28년 뒤 똑같은 자세를 취했는데요. 어쩜 두 사람의 표정이 이렇게 똑같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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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에 앉은 형이 갓 난 동생을 안고 웃고 있습니다. 이게 엄청 커버린 동생이 형을 위해 똑같은 포즈를 취했습니다. 우애가 남달라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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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베를린장벽을 작은 망치로 두드리던 아이가 2011년 똑같은 곳에서 같은 포즈를 취했습니다. 이제 없어진 장벽이 이채롭습니다. 분단국인 우리로서는 부럽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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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말을 막 벗어버린 채 침대에 반쯤 걸친 채 아들이 자고 있습니다. 부모님은 그 모습이 귀여워 사진을 찍어 두었겠죠. 이제 청년이 된 아들이 부모님을 위해 포즈를 취했습니다. 양말까지 똑같이 배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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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공을 든 아들의 손을 잡고 집 앞에서 포즈를 취했습니다. 60년 뒤 같은 포즈를 취한 두 분 모두 이제 백발이 됐습니다. 아버지는 지팡이를 쥔 할아버지가 됐고, 아버지의 절반이던 아들의 키는 이제 아버지보다 훨씬 크네요. 부자가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을 보니 훈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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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선글라스를 끼고 거실에서 근사한 포즈를 취했던 꼬마 공주님은 이제 세련된 어른이 됐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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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 티셔츠를 익살스럽게 치켜 올리며 부모님에게 웃음을 선사했던 꼬마는 이제 청년이 돼서도 똑같은 포즈를 취했습니다. 부모님을 위해서 그런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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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식탁 위 그릇에 폭 담겨 있던 아기가 2012년 어마어마하게 큰 어른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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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트럭에 올라탔던 네 형제자매가 이제 다 큰 어른이 돼 포즈를 취하고 있습니다. 홀쭉하셨던 아버지는 뱃살 두둑한 노인이 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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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두 아들을 작은 플라스틱 그릇에 앉혀 놓고 씻기고 있습니다. 20년 뒤 어른이 된 두 아들은 엄마를 위해 기꺼이 작은 물통에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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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둘러싸고 온 가족이 포즈를 취했습니다. 나이든 아버지를 위해 똑같은 포즈를 취했는데 막내아들이 부쩍 커버렸네요.
사진을 보고 있노라니 어쩐지 눈물이 납니다. 모두들 웃고 있는데 보고 있으면 눈물이 나는 사진들. 우리도 한 번 이런 포즈로 사진을 찍어보면 어떨까요?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