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자료 제출 시 차명으로 보유하던 2개 회사를 고의로 누락한 것과 관련 정부가 이건희 회장에 대한 고발을 결정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집단 삼성의 전(前)동일인(이건희 회장)이 지난 2014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자료를 제출하면서 차명으로 삼성 보유의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와 ㈜서영엔지니어링 2개 회사를 고의로 누락한 행위를 적발하고 지난 9일 제1소위원회에서 이건희 회장을 고발하기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공정위는 매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을 위해 공정거래법 제14조 제4항에 따라 각 기업집단의 동일인으로부터 계열회사 현황, 친족 현황, 임원 현황, 계열회사의 주주 현황, 비영리법인 현황, 감사보고서 등의 자료(이하 지정자료)를 제출받고 있다.
공정위는 삼우의 경우 1979년 3월 법인 설립 시부터 2014년 8월 분할 전까지 삼성 소속회사인 삼성종합건설㈜(현재 삼성물산)가 실질 소유주였으나 외형상으로는 차명주주인 삼우 임원 소유로 위장돼 왔다고 판단했다. 삼성종합건설의 경우 1995년 삼성물산에 흡수합병됐고 2015년 제일모직이 (구)삼성물산을 흡수합병한 후 삼성물산 사명을 변경함에 따라 현재는 삼성물산으로 존속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1979년 3월부터 1982년 3월까지 삼성종합건설(47%), 신원개발(47%) 및 삼성 임원(6%)들이 삼우 주식 100%를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원개발의 경우 1979년 5월 삼성종합건설과 합병 후, 현재 삼성물산 건설부문으로 존속하고 있다.
이어 1982년 3월부터 2014년 8월까지 외형상 삼우 임원(차명주주)들에게 주식 명의가 이전됐으나 실질 소유주는 여전히 삼성종합건설이었다. 공정위는 “삼우내부자료 등에 삼성종합건설이 실질 소유주로 명기돼 있다. 차명주주들은 삼성의 결정에 따라 삼우지분의 명의자가 됐고, 지분매입 자금도 삼성에서 지원받았으며 주식증서를 소유하지도 않고 배당도 요구하지 않는 등 실질주주로서 재산권을 인식하거나 행사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또 공정위는 2014년 8월 삼우를 설계부문(新삼우)과 감리부문(삼우CM)으로 분할한 후 삼성물산이 설계부문만 인수해 같은해 10월 新삼우가 삼성에 계열편입되는 모든 과정을 삼성물산이 주도적으로 결정했다고 봤다.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차명주주들은 삼우 주식가치(약 168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배당금(69억원)만 받고 자신들의 지분을 모두 양도한 것으로 파악했다. 당시 차명주주들은 2014년 9월 배당금 수령 후 자신들이 보유하던 삼우CM 지분 전량을 우리사주조합에 무상 양도했다.
특히 공정위는 삼우-삼성 계열사 간 인사교류가 활발히 이뤄졌고 삼우는 전체 매출의 절반 가량을 삼성 계열사와의 내부거래에서 얻으며 높은 이익률도 누려왔다고 분석했다. 실제 삼우는 삼성의 대형 유명 건축물인 타워팰리스, 서초동 삼성사옥 등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등의 설계를 전담했고, 2005년부터 2013년까지 전체 매출액 중 삼성 계열사와의 매출액 비중은 45.9%였다. 또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삼성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얻은 매출이익율은 19∼25%로 비계열사 매출이익율(-4.9∼15%)보다 현저히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가 또 다른 차명보유 회사로 판단한 서영은 1994년 9월부터 2014년 8월까지 삼우가 지분 100%를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2014년 3월31일 삼성의 前동일인(이건희)은 공정위에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하면서 삼우와 서영을 삼성의 소속회사에서 누락한 허위자료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정위는 형사소송법상 공소시효(5년)와 2014년 10월 新삼우가 삼성에 계열편입된 점을 감안해 2014년 3월 허위 지정자료 제출 행위만을 조치대상으로 했다.
이번 허위 지정자료 제출에 대해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제14조(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등의 지정 등), 제68조 제4호(허위 지정자료 제출행위자에 대해 1억원 이하의 벌금 부과)를 적용했다. 공정위는 법위반 행위발생 시점이 2014년 3월이기 때문에 당시 법(허위 지정자료 제출 행위에 대한 벌칙규정이 제68조 제4호에서 제67조 제7호로 옮겨진 2017년 4월 이전의 법)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과거 허위 지정자료 제출로 공정위로부터 수차례(2000년, 2009년, 2013년) 제재를 받았음에도 동일한 법 위반을 반복한 점 ▲삼우와 서영이 삼성 소속회사에서 제외됨으로써 공정거래법상 각종 의무를 면탈하고 다른 법령상 혜택을 누려온 점 등을 고려해 이건희 회장에 대한 고발을 결정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차명주주 명의로 은밀하게 은폐돼온 대기업집단의 미편입계열사(위장계열사)를 적발해 엄중히 제재한 것이다. 공정거래법상 가능한 후속조치와 함께 삼우와 서영이 삼성 소속 계열사에서 제외된 기간 동안 부당하게 받았던 혜택을 환수할 수 있도록 국세청 등 관련 기관에 통보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대기업집단의 위장계열사를 철저히 조사하고 적발 시 엄정하게 제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