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편의점 브랜드와 관계없이 모든 자치구에서 출점기준이 100미터로 확대된다. 또 편의점주의 영업 시간을 편의점 가맹본부가 강요할 수 없게되고, 편의점주가 경영 악화 등으로 인해 희망폐업을 하는 경우 영업위약금을 면제하거나 경감 조치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편의점산업협회(이하 편의점협회)가 편의점 과밀화 해소를 위해 심사를 요청한 편의점업계 자율규약 제정(안)을 승인했다고 4일 밝혔다.
이번 자율규약 제정에는 편의점협회 소속 ㈜지에스리테일(GS25), ㈜BGF리테일(CU), ㈜코리아세븐(세븐일레븐), 한국미니스톱㈜(미니스톱), ㈜씨스페이시스(C·Space)와 협회 소속되지 않은 ㈜이마트24 등 6개 편의점 가맹본부가 참여했다.
이와 관련 6개 편의점 가맹본부는 4일 오전 승인된 편의점 자율규약을 선포하고 규약 내용의 성실한 이행을 약속하는 확인서를 김상조 공정위원장에게 직접 전달했다.
◇가맹분야 최초 자율규약 제정 사례
공정위는 이번 편의점업계의 자율규약 제정은 가맹분야 최초 사례라며, 편의점협회 소속 5곳의 가맹본부 외에도 자율규약(안) 논의 과정에서 이마트24를 설득해 자율규약에 참여하도록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편의점협회는 과도한 출점경쟁으로 편의점 과밀화가 초래돼 편의점주들이 매출부진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7월25일 시장 과밀화문제 해소를 위해 일정한 거리 내의 출점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자율규약(안)안 마련 공정위에 제출하면서 논의가 진행됐다.
공정위는 “획일적 거리제한은 담합 우려가 있고 상권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어 보다 종합적인 규약안 마련을 권고했다”며 “출점단계를 포함 운영-폐점 전 과정에서 편의점주의 경영여건 개선에 필요한 사항을 담는 방향으로 업계와 논의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8월과 9월 공정위는 6개 편의점본사 임원진 간담회를 진행했으며, 10월 편의점주 간담회와 편의점협회 논의 등을 거쳐 지난 11월21일 최종 자율규약(안)을 마련했다. 이어 지난달 30일 공정위 소회의 심의를거쳐 자율규약(안)을 승인했다.
◇3만8000여개 편의점 참여하는 자율규약 무엇 담았나
공정위에 따르면 6개 편의점 가맹본부가 참여하는 자율규약 대상에 포함되는 편의점은 전체 편의점의 96%인 3만8000여개에 달한다.
이번에 제정된 편의점 자율규약은 과밀화 해소와 편의점주 경영여건 개선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에 따라 출점과 운영, 폐점 등 모든 과정에서 본사의 자율적인 준수사항이 포함됐다.
편의점 신규 출점과 관련 자율규약 제7조에는 ‘담배소매인 지정거리 등을 고려한 근접출점 지양’이 포함됐다.
이 규약에 따르면 출점예정지 인근에 경쟁사의 편의점이 있을 경우 주변 상권의 입지와 특성, 유동인구, 담배소매인 지정 거리기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출점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특히 편의점 가맹본사는 개별적인 출점기준을 정보공개서에 기재해야 한다.
출점 기준과 공정위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는 현재 서초구에서 100m 나머지는 50m이나 모든 자치구에서 100m로 확대한다. 또 제주도의 경우 동지역 및 읍·면사무소 소재지 50m, 이외는 100m이나 이를 2배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자율규약에는 상권분석 시 경쟁브랜드의 점포를 포함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규약에 의하면 각 참여사는 신중한 출점을 위해 가맹희망자에게 점포예정지에 대한 상권분석과 함께 경쟁브랜드의 점포를 포함한 인근점포 현황, 상권의 특성 등에 관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
편의점 운영과 관련 이번 자율규약에는 공정거래와 상생협약을 충실히 이행하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자율규약에 따르면 각 참여사는 가맹점사업자와 공정거래 및 상생협력 협약을 체결하고, 협약에 따라 상생발전에 필요한 지원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 다만 구체적인 상생방안은 각 참여사의 경영여건이 다른 점을 고려해 개별적으로 가맹점주와의 협의를 통해 마련하기로 했다.
특히 부당한 영업시간 구속금지 조항(규약 제9조)도 자율규약에 명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각 참여사는 가맹사업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바에 따라 편의점주의 영업시간을 부당하게 구속하지 않도록 했다. 심야시간대인 오전 0시부터 6시까지의 시가대에 직전 3개월간 적자인 경우 영업강요가 금지된다. 또 질병치료 등 불가피한 사유로 요청하는 경우 영업강요도 할수 없게 된다. 이를 위반하는 경우 가맹사업법에 따라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이 내려진다.
이와 함께 가맹계약 해지 시 영업위약금 감경·면제도 규약에 담겼다. 공정위는 “각 참여사는 가맹점주의 책임없는 사유로 인한 경영상황 악화로 희망폐업을 하고자 할 경우 영업위약금을 감경 또는 면제하도록 했다”며 “영업위약금 관련 분쟁발생 시 각 참여사의 자율분쟁조정협의회에서 분쟁이 해결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자율규약 심의위원회 운영…공정위 보완대책도 추진
참여사의 규약위반에 대한 조사·심사 및 처리방안 강구 등을 위해 6개 가맹본부가를 구성원으로 하는 규약심의위원회도 설치·운영된다. 위원회는 규약위반행위 결정 시 결정문을 위반회사에 통보하고, 위반회사는 15일내에 시정계획서를 규약심의위원회에 제출하도록 했다.
공정위는 이번 편의점업계 자율규약 승인 후 규약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보완대책도 마련해 추진한다.
공정위는 업계가 마련한 자율규약이 실효성 있게 이행되도록 점검하고, 규약에 포함되지 않은 방안도 업계가 적극적으로 시행하도록 관련 제도개선을 통해 적극적으로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출점기준 준수여부 점검 및 등록취소와 관련 공정위는 서면실태조사를 통해 각 참여사의 정보공개서에 기재된 출점기준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실제와 기재사항이 다를 경우 정보공개서 등록취소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또한 공정위는 계약체결 시 경쟁브랜드의 점포를 포함한 인근점포 현황, 상권분석자료 등을 충실하게 제공하는지 여부, 영업위약금 감경·면제사유 구체화정도, 실제 위약금 감면실적 등에 대한 평가항목을 신설한다. 특히 다른 브랜드의 출점 등으로 인한 경영상황 악화 시 위약금 감면규정을 표준가맹계약서에 반영하여 활용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공정위는 “기존 외식업분야 외에 편의점분야 옴부즈만 제도를 신설하여 자율규약 이행실태에 대한 현장의 의견과 애로를 듣고 정책에 반영할 예정”이라며 “편의점주들이 애로해소에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자율규약, 분쟁조정사례, 제도변경 내용 등에 대한 교육·홍보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공정위는 신규출점, 위약금 감면 등 증가가 예상되는 분쟁조정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지자체 등과 함께 신속하게 분쟁이 해결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편의점 자율규약 제정 선포식에 참석한 김상조 위원장은 “업계에서 과도한 출점경쟁으로 포화된 편의점 시장을 개선하기 위한 지혜를 모아 자율규약을 마련했다. 업계가 오늘 발표한 규약내용에 과밀화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들이 잘 포함돼 있다”며 “그동안의 무리한 출점경쟁을 지양하고, 합리적인 출점을 약속함에 따라 이제는 출점경쟁이 아닌 상품이나 서비스의 차이로 승부하는 품질경쟁을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각 참여사들이 이번 자율규약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가맹희망자에 대한 충분한 정보제공, 희망폐업 시 위약금 감면 등의 내용을 상생협약 평가기준에 반영해 규약내용을 충실히 실천한 가맹본부가 상생협약 이행평가에서 우수한 등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며 “표준가맹계약서에도 규약의 실천사항이 반영될 수 있게 개정하여 이번 자율규약의 내용이 업계에 보편화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