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종교시설 보상금 2000억…보상 기준은 여전히 ‘공백’

서울시 종교시설 보상금 2000억…보상 기준은 여전히 ‘공백’

전국 재개발 구역 30%, 종교시설 갈등 겪어
현행법상 보상 기준 불투명…형평성 논란 지속

기사승인 2025-05-14 06:00:09
연합뉴스

서울시가 재개발 과정에서 종교시설에 지급한 보상금이 2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재개발 구역의 약 30%에서 종교시설과의 이주·보상 갈등이 반복되고 있지만 현행 법령상 종교시설은 명확한 보상 기준이 없어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14일 행정안전부와 국토교통부의 ‘최근 5년간 전국 재개발 구역 및 보상금 관련 현황’에 따르면 전국 재개발 구역 수는 총 186곳으로, 이 가운데 종교시설 이전이 필요한 재개발 구역은 56곳(30.1%)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재개발 구역 중 종교시설 이전이 필요한 22곳 중 8곳은 보상금을 지급 완료했고, 3곳은 분할 지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11개 구역의 총 보상금 규모는 약 2068억원에 달한다. 개별 사례로는 한남3구역이 899억6000만원, 신림2구역이 225억원, 북아현2구역이 189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종교시설과 조합 간의 분쟁은 여전한 문제로 꼽힌다. 특히 종교시설에 대한 보상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사업마다 보상 방식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는 종교시설에 대한 별도의 보상 규정이 없어, 보상금의 규모나 지급 방식이 조합마다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인근 주민들과의 형평성 논란이나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는 종교시설의 경우 “이해 당사자들과의 충분한 조율이 필수”라고 조언한다. 종교시설은 공공성과 기득권을 동시에 지닌 단체인 만큼, 정부가 일방적인 기준을 정하기보다는 당사자들끼리 협의를 거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업계 전문가는 “종교시설은 지역사회에서 공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동시에, 재개발 구역 내에선 상당한 기득권을 가진 이해 당사자”라면서 “정부 정책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이들과의 충분한 협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행 제도는 보상 규정이 모호해 조합마다 해석이 달라지고, 갈등이 장기화되는 경우가 많다”며 “명확한 법적 기준과 함께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관련 기준 정비를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선 법령 개정 없이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와 서울시가 재개발 사업의 투명성과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선 종교시설 보상에 대한 명확하고 일관된 보상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다만 종교의 자유 침해나 특정 종교에 대한 특혜 논란이 제기될 수 있어 관련 법안 제정에 현실적인 한계도 존재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종교시설 보상은 법제화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면서 “관련 기준을 만든다고 해도 각 종교시설의 정성적 요소를 반영하기가 쉽지 않아 현실적으로 법제화가 어렵다는 시각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김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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