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 후 노동계의 첫 요구…이재명 정부, 어떤 답 내놓을까

정권교체 후 노동계의 첫 요구…이재명 정부, 어떤 답 내놓을까

양대노총, 11일 기자회견서 "도급제 노동자 최저임금 적용해야"
전문가 “연내 추진 현실적으로 어려워...노동법 전반 개정 필요”

기사승인 2025-06-11 17:17:28
양대노총과 ‘모두를 위한 최저임금 운동본부’는 11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내년 최저임금 요구안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정권 교체 후 노동계가 새 정부를 향해 첫 공식 요구안을 내놨다. 이재명 정부가 대선 국면에서 내세운 ‘최저임금 적용 확대’ 공약과 맞닿은 내용이지만 실제 제도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한국노총·민주노총)는 1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6년 적용 최저임금을 시급 1만1500원, 월급 240만3500원(209시간 기준)으로 제시했다. 이는 올해보다 14.7% 인상된 수준으로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 중 가장 낮았던 올해(1.7%)와 비교하면 큰 폭의 인상안이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를 바탕으로 적정생계비의 85~100%를 반영하고, 실질임금 하락분 2.9%를 더한 결과라는 게 노동계의 설명이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도급제 노동자에게도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는 요구다. 특수고용, 플랫폼, 프리랜서 등 ‘근로자성’이 불명확해 최저임금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이들을 제도권에 포함시키자는 취지다.

이 요구는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도 연결된다. 이 대통령은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는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자성을 부여하겠다”며 사용자가 근로자가 아님을 입증해야 하는 ‘근로자 추정제’ 도입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제도화는 당장 쉽지 않다. 지난 10일 열린 제4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도 도급제 노동자 적용 여부를 두고 노사 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공익위원들은 “현행 실태조사만으로는 논의를 진척시키기 어렵다”며 고용노동부에 2027년 최저임금 심의 전까지 관련 실태조사 결과를 제출하라고 권고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집에 담긴 ‘노동존중 및 권리보장’ 항목. 근로기준법상 보호대상 확대와 비정규직 처우 개선 등이 주요 내용으로 포함돼 있다.

전문가는 구조적 제약과 과도기적 상황을 고려한 일정 조율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이번 정권은 인수위 없이 출범했고, 최저임금위원회 구성도 대부분 전 정부 인사들로 꾸려진 과도기 상황”이라며 “정부가 의지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올해 안에 제도화하긴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어 “플랫폼 노동자나 도급제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문제는 단순히 최저임금법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 등 노동관계법 전반의 개정이 필요한 종합 과제”라며 “현실적으로는 올해 하반기부터 사회적 논의에 들어가 내년 상반기쯤 제도 개선이 추진되는 게 가장 빠른 시나리오”라고 전망했다.

또 이 교수는 문재인 정부 초기에 단행된 최저임금 급등 사례를 언급하며 “당시 무리한 추진이 정무적 부담과 사회적 갈등을 유발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정부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며 “단기 과제가 아니라 노동시장 전체의 구조적 개편과 함께 다뤄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과 고용노동부는 이날까지 도급제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요구에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한편 최저임금위는 오는 17일 제5차 전원회의를 열 예정이다. 이날 회의부터 본격적인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심의가 시작되며, 위원회는 법정 시한인 6월 말까지 노동부 장관에게 최종안을 제출해야 한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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