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록의 계절 전남 해남의 정원들도 초여름의 아름다움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 계절 정원의 주인공은 수국. 사계절 어느 때나 색다른 매력이 있을지언정 수국의 우아함에는 견줄 바 없다. 현산면 봉동마을에 위치한 ‘4est(포레스트) 수목원’에 탐방객들이 수국길을 따라 산책하고 있다.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꽃의 대명사 수국이 만개했다. 푸른빛이 감도는 꽃잎부터, 보라색, 분홍색, 형형색색의 탐스러운 꽃송이가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전남 곳곳의 수국 명소마다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7월까지 만개하는 수국을 즐겨 보자.
어느새 여름, 전라남도의 정원들에 형형색색의 수국이 만개해 꽃의 향연을 펼치고 있다. 전남 곳곳의 수국 명소마다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남도의 수국 정원을 소개한다.

땅끝에서 만나는 수국의 향연
한반도 끝자락에 위치한 해남에 수국 정원 ‘4est(포레스트) 수목원’이 자리하고 있다.
해남군 봉동마을에 위치한 4est 수목원은 숲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 ‘forest’에 별(Star), 기암괴석(Stone), 이야기(Story), 배울 거리(Study)라는 ‘4개의 St’를 즐길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식물학을 전공한 김건영 씨 부부가 오랜시간 공을 들여 조성한 수목원에는 6만 평의 부지에 1천400여 종의 다양한 식물이 식재돼 있다. 2019년 해남 최초 민간 사립수목원으로 등록됐으며 인문학과 수목원의 만남을 주제로 동서양 철학적 이상향이 담긴 소정원들이 다채롭게 조성돼 있다.
특히 8천여 그루를 식재한 수국정원에는 김 대표가 전국을 돌며 수집한 50여 종의 희귀 수국과 국내 최초로 한국 자생 수국이 전시되고 있기도 하다. 4est(포레스트) 수목원은 ‘2025년 꼭 가봐야 할 10대 수목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14일부터 7월 14일까지 열리는 수국축제는 다양한 포토존과 함께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장관을 선사하고 있다.
여름 ‘땅끝수국축제’ 외에도 포레스트 수목원은 봄에는 팥꽃나무와 꽃잔디 등 분홍꽃을 활용한 ‘분홍 꽃축제’, 가을에는 풍성한 팜파글라스를 볼 수 있는 ‘팜파스 축제’, 겨울에는 산자락 그늘을 활용해 거대한 얼음벽을 선보인다.
목포에서 남자친구와 꽃나들이에 나선 강모 씨는 “탐스럽고 다채로운 수국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면서 “남친과 사진도 많이 찍고 좋은 추억 만들고 돌아간다”며 환하게 웃었다.

작은 규모의 정원에는 형형색색의 수국이 주인장의 손길따라 예쁘게 피어 차 한잔을 마시면서 여유롭게 구경하기에 좋은 분위기다.
해남 ‘수국 맛집’ 이지스탑
포레스트 수목원 길목에 위치한 이지스탑(누구나 쉽게 멈춰서 쉬어가라는 의미) 카페를 지나치다 보면 마치 이 곳이 수목원 입구 같은 착각을 일으키기 쉽다. 다양한 수국이 카페 앞에 가득 피어나 있기 때문이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안으로 들어서면 목수국, 산수국, 별수국, 팝콘수국 등 백여 종이 넘는 수국과 다양한 여름꽃, 노란 어리연이 피어있는 작은 연못과 소폭포, 아름다운 정원이 과객을 기다린다. 규모는 작지만 솜씨 좋은 카페사장이 아기자기하게 꽃동산을 꾸며놓아 충분히 쉬면서 차도 마시고 아름다운 꽃들을 사진에 담기에 충분하다.

카페대표 김서주(67) 씨는 “서울서 사업을 하다가 꽃을 좋아해 귀향한지도 벌써 15년이 되었다”면서 “부지런히 정원을 가꾸고 수국을 비롯해 아름다운 꽃을 심어 카페 주변 3천여 평의 땅을 완전히 꽃대궐을 만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꽃의 대명사 수국이 만개한 가운데 16일 오후 수국정원 쑥섬을 찾은 탐방객들이 밝은 표정으로 정원을 오르고 있다.
‘원시림 벗어나면 수국정원이 한 눈에…’ 고흥 쑥섬
남도 끝자락에 위치한 작은 섬 고흥 쑥섬(애도)은 매년 6월이면 섬을 오고가는 배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산 아래로 탐스럽게 피어난 수국을 보기위해 탐방객들이 밀려들기 때문이다.

지리적으로 먼거리이지만 고흥 쑥섬은 수국이 피는 계절에는 특히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전남 제1호 민간정원인 쑥섬은 이곳에서 난 쑥이 향긋하고 질이 좋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힐링파크 쑥섬쑥섬’은 중장비도 들어오기 어려워 김상현·고채훈 씨 부부가 십 수 년간 정성과 땀으로 가꾼 해상정원이다.

외나로도 쑥섬 선착장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400M 지점에 위치한 쑥섬은 한눈에 해상정원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배로도 불과 3분이면 도착해 한 걸음에 수국동산에 도착할 것 같지만 탐방객들은 해상정원 도착까지 의외의 탐방코스 시작에 잠시 긴장감을 놓을 수 없다.탐방시작부터 예상치 못한 난대원시림이 기다리기 때문이다.

여름철 대표 힐링 명소로 각광받고 있는 쑥섬은 난대원시림과 함께 바다와 어우러진 화려한 수국으로 탐방객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그리 길지는 않지만 급경사 계단을 오르면 어두운 숲 사이 곳곳에 설치된 쑥섬 만의 고유한 이야기가 적힌 팻말을 달려있다. 자연이 400년 동안 키워 낸 난대림 숲 속을 어느 정도 오르다 보면 동굴을 벗어나듯 파란 하늘이 보이면서 발아래 시원한 바다 풍경이 펼쳐진다. 환희의 언덕인 이곳에서 바다풍경과 야생화를 감상하며 섬 정상에 도착하면 비밀 꽃정원으로 불리는 별정원이 탐방객을 기다린다. 바다를 배경으로 보라색의 마늘꽃밭을 비롯해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고 하산을 시작하면 탐스럽게 피고지고를 반복하는 수국정원을 마주하게 된다.

내륙에도 잘 가꾸어놓은 수많은 수국정원이 있지만 풍성한 수국과 함께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진 섬정원은 감탄과 함께 인생 샷을 남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아름다운 수국이 피는 6월부터 7월 초까지는 섬으로 가는 배편이 자주 매진되니 현장발권 보다는 예매를 권한다. 쑥섬은 왕복 기준으로 도선료 2천원과 섬 탐방비는 6천원이다.

물, 숲 강진의 여름 속으로 ‘강진수국길축제’
여름의 꽃 수국들로 일렁이는 꽃의 바다 강진의 ‘2025 강진수국길축제’가 "꽃길만 걷자"라는 주제로 오는 27일부터 29일까지 사흘간 강진군 강진읍 보은산 V랜드 공원에서 열린다. 올해로 3회를 맞는 강진수국축제는 ‘전국 화훼 1번지 강진’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형형색색의 수국이 방문객들의 기다린다.

수국 축제답게 입구에서 고성사까지 이어지는 약 2km에 이르는 도로는 온전히 보행자들의 차지로, 형형색색의 수국을 바라보며 마치 동화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게 된다.
수국길 축제 마지막 날인 29일에는 축제장을 품고 있는 보은산 아래 고성사에서 산사음악회도 개최된다.

"녹차밭도 좋지만 수국도 환상"
5월의 싱그러운 녹차밭이 보성의 상징이다. 하지만 어느새 봄이 지나고 6월로 넘어서면 피톤치드 가득한 숲 속에서 다채로운 여름 꽃을 즐길 수 있는 ‘윤제림’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지역의 대표 관광지이다.
보성군 겸백면 주월산 일원에 위치한 윤제림은 해마다 남도 여행길 탐방객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는 촬영 명소이자 쉼 공간이다. 윤제림은 100만 평(337㏊) 규모를 자랑하는 곳으로 6월, 지난해보다 더욱 풍성해진 수국 4만 본이 개화를 시작했다. 현재는 30% 가까이 피어났고 6월 하순 경 만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제림은 색깔별로 식재된 수국뿐만 아니라 붓꽃, 버드나무, 안개 나무 꽃들이 가득하다. 힐링 코스처럼 나지막한 산책길을 걷다 보면 포토존도 마련되어 있다. 1969년 식재된 해송과 편백나무 6만 본 사이로 여유롭게 산책하며 산림욕도 함께 즐길 수 있다. 편백나무와 수국이 어우러진 숲 속에서 초여름의 정취를 만끽해보자.

신안 도초도 ‘1억송이 수국’ 활짝
전남 신안군은 오는 20일부터 29일까지 도초도에서 '섬 수국 축제'를 연다.
도초도 수국정원에는 다양한 컬러의 1억송이 수국이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작년 11월 수국정원 정상에 설치된 덴마크 출신의 세계적 설치미술작가 올라퍼 엘리아슨의 작품 '숨결의 지구'가 축제의 품격을 한층 더 높일 것으로 보인다. 수많은 수국이 만개한 자연 속에서 현대 예술 작품이 어우러져 방문객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할 예정이다.

2019년 시작된 도초도 수국축제는 해를 거듭할수록 인기를 더해 두세 달 전부터 단체 방문 일정을 잡을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외에도 알록달록 빛깔 수국과 한반도 닮은 느러지 지형을 감상할 수 있는 ‘나주 느러지 전망대’와 전라남도 제1호 공립수목원으로 지정된 구례수목원도 초여름 남도여행 수국명소이다.


전남 해남군 현산면 봉동마을에 위치한 4est(포레스트) 수목원을 찾은 나들이객들이 형형색색의 수국을 배경으로 인생샷을 찍고 있다.







전남 해남·강진·고흥=곽경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