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기는 아모레, 밀려난 LG생건…K-뷰티 판 흔드는 에이피알·달바

쫓기는 아모레, 밀려난 LG생건…K-뷰티 판 흔드는 에이피알·달바

에이피알, LG생건 시총 제쳤다…K-뷰티 새 주자 부상
전통 강자 중국 의존 정체 속 북미·유럽 뚫은 신흥 브랜드
뷰티 디바이스·비건 화장품 앞세운 다품종 전략 주효

기사승인 2025-06-27 06:00:08
서울의 한 화장품 매장에 제품이 진열되어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 없음. 심하연 기자

K-뷰티 트렌드가 화장품 업계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전통 강자들이 오랫동안 주도해온 시장에서 에이피알, 달바글로벌 등 신흥 브랜드들이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이피알은 전날 코스피 시장에서 시가총액 5조6800억원을 기록하며 LG생활건강(5조2243억원)을 제치고 업계 2위에 올라섰다. 지난 2월 기존 국내 화장품 ‘빅3’기업으로 불리던 애경산업의 매출도 뛰어넘으며 업계 신흥 강자로 올라서는 모습이다.

달바글로벌 역시 코스닥 상장 이후 주가 상승세를 이어가며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화장품업계 시총 1위는 아모레퍼시픽(7조7737억원)이다.

후발주자들의 선전은 단순한 유행이 아닌 시장 구조의 변화를 보여준다. 전통 대장주들이 여전히 중국 시장 의존도를 벗어나지 못한 반면, 에이피알과 달바글로벌은 북미·유럽 등 다변화된 해외 시장을 공략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

화장품 수출 시장이 커진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 대비 20.3% 증가한 17조5426억원에 달했다. 현재 한국은 프랑스, 미국에 이어 세계 3위 화장품 수출국이다.

메디큐브의 대표 제품인 부스터프로. 심하연 기자

한국의 고유 느낌을 담은 프리미엄 한방 스킨케어 제품이 주력이었던 과거와 달리 제품 포트폴리오도 다양해졌다. 에이피알은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 ‘메디큐브’를 중심으로 기능성과 기술력을 앞세운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난 5월 기준 에이지알 뷰티 디바이스의 글로벌 누적 판매량은 400만대를 돌파했다. 지난해 12월 300만대 판매 기록을 달성한데 이어 약 5개월 만에 추가로 100만대가 팔린 것이다.

달바글로벌도 마찬가지다. 달바글로벌은 ‘비건 화장품’을 앞세워 MZ세대 사이에서 브랜드 충성도를 끌어올렸다. SNS 중심의 디지털 마케팅과 인플루언서 협업도 이들의 빠른 확산을 견인한 요인으로 꼽힌다. 달바의 ‘퍼스트 스프레이 세럼’은  누적 판매량 5000만병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여러 스킨케어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달바글로벌은 미국, 일본 뿐만 아니라 러시아, 유럽, 아세안, 중화권 수익을 고루 가져가고 있다. 

이같은 시장 주도권 변화에 전통 강자들도 반격에 나서는 모습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인공지능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 ‘메이크온’에서 신제품을 연달아 출시했다. ‘스킨 라이트 테라피 3S’ 대표 제품을 업그레이드하고, ‘젬 소노 테라피 릴리프’도 재단장했다.

LG생활건강도 디바이스 시장에 발을 들였다. 최근 LG전자의 미용기기 브랜드인 ‘LG 프라엘’ 브랜드를 인수했다. 화장품 제조와 뷰티테크 산업 간의 융합 효과를 높이기 위함이다. 향후 프라엘 제품 개발과 출시, 마케팅 활동 등은 모두 LG생활건강이 맡는다. LG생활건강은 화장품 전문 연구·개발(R&D) 노하우를 미용기기에 접목해 진일보한 피부관리 설루션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또 최근 흐름인 ‘화장품-디바이스-인공지능(AI)’으로 이어지는 뷰티 생태계를 구축하고, 미래 성장 동력인 뷰티테크 사업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첫 제품으로는 ‘LG 프라엘 수퍼폼 갈바닉 부스터’와 기기 전용 화장품 ‘글래스라이크’ 3종을 출시했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K-뷰티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과거처럼 스킨케어 제품에 국한되지 않고, 뷰티 디바이스까지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며 “특히 미용 시술 비용이 높은 미국에서는 셀프 관리를 위한 미용기기 수요가 매우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예전에는 한국적인 미를 강조한 특정 브랜드의 스킨케어 제품이 수출을 주도했지만, 최근에는 고객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화장품 소비 패턴도 바뀌고 있다”며 “다품종 소량 생산을 기반으로 한 브랜드들이 유리한 구조로 시장이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시장 흐름은 에이피알과 달바글로벌의 성장 배경과도 맞닿아 있다. 국내 화장품 제조업 관계자는 “에이피알은 기능성 화장품과 뷰티 디바이스를 결합한 ‘메디큐브’ 브랜드를 통해 북미·유럽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며 “달바글로벌은 비건·클린뷰티 트렌드를 앞세워 고객 세분화에 성공한 사례로, 다양한 니즈를 공략하는 브랜드일수록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
심하연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추천해요
    0
  • 슬퍼요
    슬퍼요
    0
  • 화나요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