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 채무 증가세가 가팔라지면서 복지 지출 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재정 부담이 큰 기초연금 수급 연령을 높여 지출을 합리화하자는 의견도 제기된다. 다만 저소득층 노인들의 경제적 불안전성이 커질 우려가 높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30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분석’에 따르면 2차 추경 편성으로 올해 국가채무는 1300조6000억원으로 늘어났다. 1년 새 125조4000억원이 불어났다. 이 중 일반재원으로 상환해야 하는 적자성 채무는 총 923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추경을 통해 20조원이 넘는 지출이 예상되면서 재정 상황이 보다 악화된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 지출 확대를 예고한 만큼 국가 재정 지출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 대통령의 공약 이행에도 5년간 210조원의 추가 재정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대통령은 소득 활동에 따른 연금액 감액 구조 개선, 기초연금 부부 감액 단계적 축소, 아동수당 지급 연령 점진적 확대 등을 약속했다.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복지 재정 부담 완화를 위해 기초연금 수급 연령을 높이자는 논의도 고개를 들고 있다. 기초연금은 가파른 고령화 속도와 맞물려 많은 국가 재정이 투입되고 있는 복지 사업 중 하나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제1차 기초연금 적정성 평가에 따르면 기초연금 소요 재정은 2030년 39조7000억원, 2040년 76조9000억원, 2050년 125조4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국민연금과 달리 기초연금은 100% 세금으로 보전된다.
대한노인회, 한국소비자연맹 등이 참여한 노인연령 전문가 간담회 위원 10명은 지난달 전문가 간담회에서 ‘노인연령 기준에 대한 사회적 제안문’을 공개하고 “2035년 70세로 노인 연령을 상향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발표했다. 노인 연령 기준과 더불어 기초연금 신규 수급 연령도 현행 65세에서 2030년부터 66세로 올리자고 제안했다. 또 2년마다 1세씩 상향해 2040년까지 70세로 맞추는 방안을 검토하자고 밝혔다.
기초연금 수급 연령을 높일 경우 재정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해 한 의원실의 의뢰를 받고 노인 연령 상향 조정에 따른 재정 지출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기초연금 수급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높일 경우 2023년 6조3000억원, 2024년 6조8000억원이 절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기초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늦추게 되면, 고령층의 경제적 불안전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김성욱 호서대 사회복지학부 부교수가 국민노후보장패널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기초연금 수급연령 상향과 노인 가구의 경제적 불안정성 간 관계’ 연구에 따르면 기초연금 수급 연령을 1년만 높여도 66살 노인 가구의 경제적 불안전성이 16.9%(경상소득 기준)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상향 시 52.6%, 3년 땐 60.4%, 4년 땐 64.3%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특히 저소득층에겐 충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가구는 수급연령을 4년 늦추면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 경제적 불안정성이 약 46% 올랐다. 반면 상위 20%인 5분위 가구는 변화가 없었다.
김 부교수는 “기초연금 수급연령 상향은 단순한 재정 효율화 수단이 아니라 고령층의 생계 기반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하는 정책 개입”이라면서 “개혁 논의 시 재정적 측면과 동시에 이에 따라 발생하는 노인 가구의 경제적 불안정성 심화와 불평등 확대 문제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는 “65세 이상 노인의 빈곤율이 높은데, 국민연금의 소득 보장 기능도 여전히 빈약한 상황”이라면서 “65세 기준의 기초연금 지급 연령을 당분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 임기 내엔 기초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상향하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면서 “지금은 다음 정부에서 기초연금 수급 연령을 상향할 수 있도록 사회적 여건을 마련하는 준비 작업을 하는 단계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