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택시부터 안내사까지…디지털 약자 챙기는 서울시

콜택시부터 안내사까지…디지털 약자 챙기는 서울시

기사승인 2025-07-08 06:00:09
지난 2023년 5월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일대에 어르신들이 무료급식을 받기 위해 모였다. 임형택 기자

서울시가 디지털 약자와의 동행에 가속을 내고 있다. 단순한 시설 중심의 교육에서 나아가 민관 협력을 통한 생활밀착형 지원으로 영역을 넓혔다. 대표적으로 전화 한 통으로 호출이 가능한 ‘동행 온다콜택시’가 7일부터 시범 운영된다. 지난 2022년 처음 시작한 디지털 안내사 사업도 총 690명의 안내사가 어르신 56만여명에게 도움을 줬다.

택시 앱 없이도 전화 한 통이면 찾아오는 ‘동행 온다콜택시’

“택시 앱? 사용할 줄도 몰라요.”

7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만난 김모(76)씨는 이 같이 말하며 “택시를 부르는 앱이 따로 있었냐”고 덧붙였다. 그 옆에 앉은 최모(80)씨는 김씨의 말에 “몰라도 너무 모른다”며 고개를 저었다. 최씨는 “택시 앱은 필수다. 애초에 길에서 택시를 잡으려고 해도 그냥 지나칠 때가 많다”고 말했다.

김씨와 최씨처럼 60대 이상 고령자들은 택시를 이용하기가 까다로워졌다. 서울연구원이 지난해 조사한 ‘택시 이용 시민 만족도’에 따르면 60대 이상 시민의 약 80%가 거리에서 택시를 직접 잡는 ‘배회영업’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 20~40대 청장년층 60% 이상이 택시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호출하는 것과는 판이한 모습이다.

이에 서울시는 고령자 등 디지털 약자를 위한 동행 온다콜택시를 마련했다. 이 서비스는 이날부터 시범 운영되며 시민들은 전화 한 통으로 택시 배차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이용자가 콜센터로 택시를 호출하면 콜센터 직원이 ‘티머니모빌리티 온다택시’ 웹배차 시스템에 정보를 입력하고, 이후 승객 주변 택시가 배차된다. 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하는 시범 기간을 거쳐 24시간 운영 여부도 검토할 계획이다.

이번 동행 온다콜택시는 민관 협력을 통해 개설됐다. 티머니모빌리티와 법인·개인택시조합이 협력했다. 운영을 맡은 티머니모빌리티는 공공기여의 일환으로 콜택시 시스템 구축과 운영비용 전액을 부담한다. 콜택시 운영 활성화를 위해 택시사업자에 운행 건당 인센티브를 지원할 예정이다. 현재 서울 택시 7만1000대 중 약 3만6000대가 티머니모빌리티의 플랫폼 중개사업 ‘온다택시’에 가입돼 있다.

김은주 서울시 택시정책팀장은 “온다콜은 기존 콜택시와 달리 호출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며 “거동이 불편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운 어르신들의 택시 수요도 반영했다”고 했다.

길거리에서 잘 모르겠다면 헤매지 말고 ‘디지털 안내사’

시에서 운영하는 디지털 역량 교육 시설은 서울디지털동행플라자와 디지털 배움터 등 다양한 형태로 갖춰져 있다. 하지만 같은 날 만난 이모(82)씨는 디지털 교육을 받을 마음이 없었다. 이씨는 “스마트폰이든 키오스크든 뭐든 배우려면 교육 시설까지 찾아가야 하지 않냐”며 난색을 보였다. 그는 “가르쳐준다고 제대로 배울 수 있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이씨처럼 시설 방문을 주저하는 고령자를 위해 지난 2022년 디지털 안내사가 활동을 시작했다. 안내사는 기차역·지하철역·대형마트 등 어르신들이 주로 찾는 지역의 다중이용시설과 주요 거점 50곳을 순회하며 키오스크와 스마트폰 사용법 등을 안내한다. 지난해까지 총 690명의 안내사가 어르신 56만여명을 도왔으며, 올해 상반기 125명의 안내사가 활동했다.

시는 선발된 안내사에게 10일간 전문교육을 제공해 현장 대응능력과 전문성을 키우고 있다. 앞으로도 시는 도움이 필요한 시민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 효과적인 지원을 제공할 계획이다.

시설이 멀다면 교육 주저 말고 ‘우리동네 디지털안내소’

시는 지난 2023년부터 시내 이동통신사 매장 97곳에서 디지털 기기 이용법 교육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동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와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매장 97곳이 우리동네 디지털안내소로 정해졌다.

누구나 매장 영업시간 내 방문하면 디지털 기기 이용 방법을 묻고 안내받을 수 있다. 우리동네 디지털안내소로 지정된 매장은 입구에 부착된 표식으로 확인 가능하다. 그동안 정해진 프로그램 시간에 맞춰 참석해야 했던 디지털 교육에 비해 상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우리동네 디지털안내소의 특징이다.

전문가는 어르신 등 디지털 약자를 위한 지원 사업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도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택시 앱의 문제는 어르신들이 잘 사용하지 못한다는 점”이라며 “(온다콜택시의 경우) 서비스와 전화번호를 알리는 데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 교수는 “어르신들은 핸드폰을 쓰다가 버튼을 잘못 눌러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꽤 많다”며 “디지털안내소는 단순한 교육을 넘어 (핸드폰 사용에) 문제가 생겼을 때 도움을 주는 서비스를 같이 제공하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노유지 기자
youjiroh@kukinews.com
노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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