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핀셋 관리정책이 필요하다 [기고]

비급여 핀셋 관리정책이 필요하다 [기고]

이주열 남서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교수

기사승인 2025-07-08 15:21:08 업데이트 2025-07-08 15:22:03
이주열 남서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교수
비급여 진료비 증가로 인해 환자의 의료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비급여는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하는 의료서비스를 말한다.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는 과잉 진료, 의학적 타당성, 효과성이 관리되는 반면 비급여는 치료 효과가 불분명하거나 안전성 논란이 있다. 의사는 통제 없이 비급여 진료를 제공할 수 있으며, 가격은 각 의료기관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의료 기술 발전에 따라 새로운 비급여가 계속 발생해 규모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의료인은 비급여 진료를 하기 전에 환자 또는 보호자에게 비급여 항목과 진료비용을 직접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의료서비스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부족한 환자가 의사의 설명을 듣고 비급여 진료를 거절하기는 어렵다. 비급여 대부분은 의사 유인 수요로 발생하며 의료기관은 비급여 진료를 확대해 수입을 늘린다. 최근에는 비급여 의료서비스만 제공하려는 의료기관이 증가하면서 당연지정제를 근간에 둔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체계가 왜곡되고 있다. 비급여 진료가 환자의 의료비를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지역·필수의료 기피현상 등 의료체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어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 

그간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비급여 관리 방안을 제시했으나 정책을 과감히 집행할 추진력이 부족하고 의료계와 협력이 원활하지 않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비급여 관리는 홍보용 종합계획, 비급여 진료비 공개제도, 정치적 의욕만으로는 해결이 쉽지 않다. 보건복지부가 의료계와 힘을 모아 핀셋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조급하게 서두르면 의료시장에 혼란과 풍선효과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현재 보건복지부가 검토 중인 급여와 비급여 혼합진료 금지와 관리급여 도입은 신중해야 한다. 임상적으로 효과성이 검증된 신의료기술이나 신약은 혼합진료를 허용해야 관련 산업계가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전 승인된 비급여 항목만 혼합진료가 허용되는 비급여 사전 승인제 또는 사전 신고제 시범사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한의학회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공동으로 다빈도 발생 상위 비급여 항목부터 순차적으로 과학적 검증 작업을 진행해 불필요한 항목은 의료계가 자율적으로 진료에서 퇴출하고, 치료에 필수적인 비급여는 정부가 급여로 전환해야 한다. 

지난 2020년 12월 의료법 제45조의2가 개정됐고, 2023년 9월부터 의료기관들에 대한 비급여 보고제도가 시행됐다. 이제 모든 의료기관은 비급여 진료비용과 제증명수수료의 항목·기준·금액 및 진료 내역을 의무적으로 보건복지부에 보고해야 한다. 의료계가 헌법소원을 제기하면서 반대해 시행이 지연되긴 했지만 앞으로 비급여 보고자료에 근거해 비급여 관리정책이 설계될 수 있을 것이다. 

전 국민 78%가 실손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실손보험은 환자가 실제 부담한 급여 및 비급여 진료비 일부를 보장해 환자에게 의료서비스 이용과 선택 범위를 넓혀 주는 긍정적 역할을 한다. 그러나 치료 과정에서 의사와 실손보험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로 인해 과잉 진료와 의료 쇼핑이 늘어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킨다. 보건복지부는 국민들이 실손보험에 의존하지 않아도 국민건강보험으로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 보장률을 2023년 기준 64.9%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80% 수준으로 향상해야 한다. 먼저 핀셋 비급여 관리정책을 추진해야 건강보험 보장성이 확대돼 국민들이 비급여 진료비 부담 없이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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