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온열질환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충분한 수분 섭취와 규칙적인 휴식 등 개인 예방 수칙을 강조하는 동시에 응급 대응 체계 강화 등 의료 시스템 정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8일 하루 동안 전국 516개 응급실에서 집계된 온열질환자는 총 238명(사망 1명 포함)으로, 2018년 8월3일 이후 처음으로 하루 환자 수가 200명을 넘어섰다. 올해는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기도 전에 환자가 급증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5월15일부터 7월8일까지 누적 온열질환자는 1212명, 이 중 사망자는 8명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86명의 환자와 3명의 사망자가 보고됐던 것과 비교하면 환자 수는 약 2.5배, 사망자는 거의 3배 수준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가 도입된 2011년 이후 가장 빠른 시점에 누적 1000명을 넘어섰다”며 “지난달 28일 이후 전국 평균 최고기온이 31도를 넘어서면서 환자가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온열질환은 고령층과 실외 근로자에게 집중되고 있다. 현재까지 파악된 환자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층이 33.6%를 차지했으며, 직업별로는 단순노무 종사자(24.3%), 무직(13.1%), 농림어업 숙련종사자(9.4%) 순으로 많았다.
온열질환은 뜨거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될 때 나타나는 급성 질환으로 심하면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햇빛에 4~8시간가량 노출되면 피부가 붉게 변하거나 물집이 생기고, 열사병이 진행되면 두통, 어지럼증, 구역질, 시력 장애, 의식 저하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임지용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온열질환은 체온 조절 중추가 마비되면서 생기는 질환으로 신속하게 체온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방치하면 혈액 응고 장애가 발생하고 전신 출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고혈압이나 당뇨 등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자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응급환자는 병원 이송 전까지 체온을 낮추는 조치가 필요하다. 환자의 의식이 없으면 기도 유지와 호흡 보조를 병행하면서 신속히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옷을 벗기고 부채, 분무기를 이용해 열기를 낮추거나 목과 겨드랑이 등 혈관이 많은 부위에 아이스팩을 대는 것이 효과적이다.
야외에서 근무하는 경우에는 예방 차원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그늘이나 냉방이 가능한 장소에서 쉬는 것이 권장된다. 또 갈증을 느끼기 전에 30분 간격으로 물을 마시면서 체온을 조절하는 게 좋다. 넥쿨러, 쿨조끼 같은 냉방 보조 도구도 온열질환 예방을 돕는다.
질병청은 폭염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온열질환 감시체계를 조기 가동했으며 무더위 쉼터 운영, 재난 문자 발송, 쿨링 용품 배부 등 예방 조치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는 ‘폭염안전 특별대책반’을 꾸려 사업장 안전 수칙 준수 여부를 점검 중이다.
온열질환 사각지대에 대한 실질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임 교수는 “에어컨이 없는 쪽방촌 등 냉방 취약 가구는 고위험군”이라며 “지역사회 냉방 쉼터를 더욱 늘리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온열질환은 신속한 대처가 치료 결과에 직결되는 만큼 구급대와 응급실 간 협조 체계를 강화하고 여름철 특별 대응 시스템을 상시 운영할 필요가 있다”며 “취약 계층에 대한 사전 발굴과 조기 이송 시스템을 아울러 폭염 대응 전략을 정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