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초강력 대출 규제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증비율 조정에 따른 전세대출 한도 축소와 전세 보증금 반환을 위한 대출 제한 등으로 전세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불가피해 보인다.
10일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전세거래지수는 30.2포인트로, 규제 전(39.7)보다 9.5포인트 하락했다. 전세거래지수는 100을 넘을수록 전세 거래가 활발함을 의미한다. 전세수급지수도 지난달 30일 기준 144.9를 기록해, 여전히 전세 수요는 많지만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전세수급지수는 0~200 범위로, 지수가 100을 초과할수록 공급이 부족한 것을 의미한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7일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방안은 수도권 및 규제지역을 대상으로 전세대출 보증비율을 90%에서 80%로 낮추는 조치를 포함하고 있다. 보증비율이 감소하면 은행들의 전세대출 심사가 강화돼 임차인들이 전세 자금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또한, ‘유주택자’의 경우 전세퇴거자금대출 한도를 1억원으로 낮추고, 2주택 이상인 경우에는 전세퇴거자금대출이 아예 불가능해졌다.
전세 시장은 이미 대출 규제 이전부터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 전세거래는 전세사기 사태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5월 전세 거래량은 9만3294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5.5% 감소했다. 서울만 놓고 보면 전년 동월 대비 4.9%, 5년 평균과 비교하면 23% 줄었다.
전세 물량도 감소하는 추세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은 지난해 11월 말 3만3076건을 기록한 뒤 1월 3만 건 아래로 내려왔다. 정부의 규제 이후(9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은 2만5455건으로 3개월 전(2만8110건)보다 약 9.4% 감소했다.
전세 물량 감소와 전세 가격 상승 등으로 월세를 선택하는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상반기 서울에서 월세 계약은 29만158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2만8656건)보다 21.58% 늘었다. 같은 기간 전세는 15만3113건에서 16만3019건으로 6.64% 증가에 그쳤다. 월세가 전세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입주 물량이 지난해보다 줄어들면서 전세난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공급이 수요에 비해 부족하면 매매 가격이 오르고, 이는 다시 전세 수요를 자극해 전세 가격 상승을 부를 수 있는 구조다. 부동산 플랫폼업체 직방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입주 예정 물량은 10만323가구로, 올해 상반기(14만537가구)보다 29%, 지난해 같은 기간(16만3977가구)보다 39% 감소했다.
전문가는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빨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최근 전세 매물이 줄어들고 있어 전세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데 정부의 규제로 대출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이 줄어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며 “정부의 규제가 이어지는 한 지속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