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20일 초복을 앞두고 보양식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연일 이어지는 폭염으로 생닭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더위에 약한 닭의 특성상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이미 오른 삼계탕 외식 가격이 더 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유통업계는 고물가에 지친 소비자들을 겨냥해 할인 행사와 간편 보양식 출시로 대응에 나섰다.
1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6월 삼계탕 품목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22.56으로 집계됐다. 기준 연도인 2020년(지수 100)과 비교하면 약 22% 상승한 수치로,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지수(116.31)보다 상승 폭이 더 크다.
물가 상승세는 체감 가격에서도 뚜렷하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서울 지역 삼계탕 한 그릇 평균 가격은 1만7654원으로, 관련 집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동월 기준으로 2022년 1만4577원, 2023년 1만6423원, 지난해 1만6885원으로 해마다 꾸준히 올랐다.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삼계탕 가격이 2만원을 넘은 곳도 있다. 여기에 생닭 수급 불안까지 겹치면서, 가격 오름세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이달 육계(생계) 평균 산지 가격이 ㎏당 2000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의 평균 가격(1563원)보다 약 28% 높은 수준이다.
닭고기 수급 차질의 가장 큰 원인은 기상 여건이다.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 자체 체온 조절이 어려운 닭들은 스트레스를 크게 받는다. 특히 국내 양계장 대다수가 폐쇄형 구조라 열 배출이 어려워 최근 닭 폐사 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 5월20일부터 이달 9일까지 폐사한 가축은 총 52만6006마리로, 전년 동기(5만1333마리) 대비 10배 이상 늘었다. 이 가운데 96%에 달하는 50만6238마리가 가금류였다. 특히 지난 9일 하루에만 7만 마리 넘는 닭이 폐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런 상황에 대응해 ‘축산재해대응반’을 운영하며 여름철 닭고기 수급 안정화에 나섰다. 오는 17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는 대형마트 등에서 닭고기를 최대 40% 할인 판매하는 소비자 지원 대책도 병행할 예정이다.
유통업계도 대응에 나섰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과 고물가 속에서 복날 특수를 겨냥해 보양식 소비를 끌어올리려는 마케팅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삼계탕은 물론, 불도장·전가복 같은 고급 보양식까지 가격 부담을 낮춘 다양한 제품과 할인 행사가 마련된다. 외식 대신 마트·편의점에서 간편식을 찾는 소비자 수요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이마트는 오는 16일까지 이마트앱 ‘바이어’s 매거진’을 통해 ‘피코크 전복 품은 삼계탕’, ‘피코크 통닭다리 누룽지 백숙’, ‘비비고 들깨누룽지 삼계탕’ 등에 사용할 수 있는 10% 할인쿠폰을 제공한다. 여기에 일반 중식당의 1/5 수준 가격으로 불도장과 전가복, 산라탕 등 고급 중화 보양식을 선보이며 이색 보양식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삼계탕용 영계’를 4만수 한정으로 2000원대에, ‘닭다리 두배 닭볶음탕’을 7000원대에, ‘요리하다 강화섬계탕’을 6000원대에 판매한다.
마트뿐 아니라 편의점 업계도 보양식 할인 경쟁에 한창이다. 세븐일레븐은 하림과 협업해 ‘세븐셀렉트 영양반계탕’을 출시했다. 해당 제품은 국내산 닭과 수삼, 찹쌀을 사용한 프리미엄 간편식으로, 삼복 시즌 한정 1+1 상시 행사를 진행 중이다. 또 앱을 통해 즉석치킨을 당일픽업으로 구매할 경우 1000원 할인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GS25는 삼계탕 외에도 갈비탕, 추어탕, 닭곰탕 등 다양한 간편 보양식을 신제품으로 내놓고, 복날 시즌인 이달 한 달간 1+1 할인 이벤트를 실시한다. 대표 제품으로는 ‘닭다리누룽지삼계탕’과 ‘한마리민물장어엎밥’ 등이 있다. 이마트24는 최현석 셰프와 함께 민물장어와 훈제오리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민물장어&훈제오리덮밥’을 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