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순규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과 교수 연구팀이 천연 항신경염증 물질인 ‘허포트리콘(herpotrichone) A·B·C’를 세계 최초로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허포트리콘은 뇌 염증을 억제하고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작용이 뛰어나 치매, 파킨슨병 등 신경퇴행성 질환 치료제로 활용 가능성이 큰 희귀 천연물이다. 콩벌레와 공생하는 곰팡이 ‘허포트리시아(Herpotrichia) sp. SF09’에서만 극미량 얻을 수 있다.
연구팀은 복잡한 다중 고리 구조를 화학적으로 구현해 허포트리콘 합성에 성공했다. 합성 과정에선 탄소 분자들이 퍼즐처럼 맞물려 육각형 고리를 형성하는 ‘딜스-알더(Diels–Alder) 반응’이 활용됐다. 또 분자 간 수소결합을 정밀하게 설계해 반응 위치와 방향을 제어하고 합성 정확도를 높였다.
한 교수는 “퇴행성 신경질환에 효과를 보이는 희귀 천연물을 세계 최초로 합성한 의미 있는 성과”라며 “생체모방 합성 원리를 체계화해 신약 개발과 생합성 연구에 기여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생명과학과 석·박사 통합과정 이유진 학생이 제1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화학회가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인 미국화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 JACS) 7월16일자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