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테이블코인 ‘테라USD’ 발행과 관련한 사기 등 혐의로 미국에서 형사재판을 받는 권도형(33) 테라폼랩스 설립자가 입장을 바꿔 사기 혐의 2건을 인정하고 최고 형량을 대폭 낮추는 데 합의했다. 검찰은 12년 징역형을 구형했다.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권씨는 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에서 열린 심리에서 “내가 한 일은 잘못됐고, 내 행동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사기 공모,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지난해 12월 몬테네그로에서 미국으로 송환된 후 무죄를 주장해 온 권씨가 입장을 번복해 전신사기 1건과 전신사기·증권사기·상품사기 공모 1건을 인정한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암호화폐 폭락 사태로 인한 전 세계적 피해자는 최대 100만 명에 달한다. 검찰은 그가 유죄를 인정한 조건으로 12년 징역형을 구형했고, 나머지 혐의 7건은 취하했다.
그러나 ‘플리 바겐’(유죄인정 조건의 형량 경감 또는 조정) 합의에 따라 검찰은 권씨를 상대로 1900만 달러(약 265억원)와 그 외 다른 일부 재산을 환수하기로 했다. 이와 별개로 앞서 권씨와 테라폼랩스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44억7000만 달러(약 6조2000억원) 규모의 환수금 및 벌금 납부에 합의한 바 있다.
또한 최종 형량의 절반을 복역하고 플리 바겐 조건을 준수할 경우 권씨가 국제수감자이송(international prisoner transfer)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미 법무부가 이를 반대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권씨가 한국행을 신청할 경우 형기 절반을 한국에서 보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
권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12월 11일 열린다.
권씨는 미국 내 형사재판과 별개로 한국에서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권씨가 발행한 테라USD는 달러나 미 국채로 담보되지 않는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으로, 2022년 5월 달러 연동이 무너진 뒤 루나는 며칠 만에 99% 이상 폭락했다. 이 사태는 '2022년 암호화폐 한파'를 촉발했고, 이후 세계 최대 거래소 중 하나였던 FTX의 붕괴로 이어졌다.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는 지난해 사기 혐의로 징역 25년형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