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이 중대재해 근절을 위해 금융권의 역할을 당부했다. 여신 심사 단계에서 금리와 한도에 중대재해 리스크를 반영하고, 예방에 적극 나서는 기업에는 금리 우대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금융위원회는 19일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중대재해 관련 금융부문 대응 간담회’를 열고 은행·금투업권 및 금융감독원·거래소 등 유관기관과 함께 중대재해에 대한 금융권의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 7월29일, 8월12일 국무회의 후속조치로 마련됐다.
권대영 부위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정부는 중대재해에 대해 종합적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금융부문도 자금중개 기능과 리스크 관리 특성을 활용해 중대재해 근절과 같은 사회적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대재해에 대한 행정제재 및 처벌이 강화되면, 중대재해 발생기업의 신용·투자리스크가 확대되므로, 금융부문은 건전성 관리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관리·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권 부위원장은 “금융권 여신심사에 중대재해 리스크가 적시에, 적절히, 확대 반영되고, 중대재해 발생 즉시 기업이 공시하도록 해 투자판단에 필요한 정보제공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ESG평가 및 스튜어드십 코드에도 관련 내용이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중대재해 예방 노력을 하는 기업에는 대출을 확대하고 금리를 낮추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도 재차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금융감독원, 은행·금투업 협회, 정책금융기관, 신용정보원, 한국거래소, ESG기준원 등 여러 기관이 참석해 여신·정책금융·자본시장 등 금융 관련 전 부문에 걸친 논의를 진행했다. 한국평가데이터와 BNK 금융그룹은 안전보건평가와 산업재해 예방자금 지원을 결합한 자발적 협업 사례를 소개했다. 신용정보회사가 기업의 안전보건 관리체계·이행상황·투자·사후대책 등을 평가하고 컨설팅을 제공하면, 그 결과를 기반으로 기업의 안전시설 개선 등에 필요한 자금을 금융회사가 지원해주는 구조다.
금융업권과 유관기관 참석자들은 금융부문이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고 사회·경제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구체적으로 금융권(여신 부문)에서는 중대재해 리스크를 △신규 대출심사 시 금리와 한도에 반영하고 △기존 대출은 약정 단계에서 한도 축소나 인출 제한 사유로 포함하며 만기 연장 시에도 금리·한도 조정에 반영하기로 했다. 또 △재해 예방을 위한 시설 개선 자금과 안전 컨설팅을 지원하고 △우수 인증이나 높은 평가등급을 받은 기업에는 금리와 한도를 우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정책금융 부문에서는 금융권과 동일하게 여신심사에 중대재해 리스크를 반영하되, 예방 지원과 인센티브 제공을 선도해 민간 금융권으로 확산시키겠다고 했다. 특히 PF 보증 심사 시 기업의 안전도 평가를 반영하고, 금융시장 안정 프로그램이나 부동산 PF 지원과 같은 대규모 지원 사업에서는 지원 순위, 금리, 수수료 등에 패널티를 부과하는 방식도 검토한다.
자본시장 부문에서는 기업이 중대재해 발생 사실을 신속하게 공시해 투자자에게 위험을 환기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한다. ESG 평가의 사회(Social) 항목에 중대재해 관련 지표도 반영하기로 했다. 또한 기관투자자의 투자 대상 기업을 점검할 때 중대재해 관련 요소를 고려하도록 스튜어드십 코드에 포함하고, ESG 주가지수를 개선·홍보해 우수 기업에 대한 투자를 촉진한다는 방안도 논의됐다.
정보의 집중·공유, ESG지수 등과 관련된 제언도 나왔다. 은행연합회 및 정책금융기관은 “효율적으로 여신심사 등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중대재해 관련 정보의 집중 및 일괄공유 체계가 구축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용정보원은 “정보 집중·공유를 위해 필요한 법적근거 보완, 전산 인프라 개선 등을 구체화해 공유하겠다”고 언급했다. 한국거래소는 “ESG 평가가 우수한 기업 위주로 구성된 ESG지수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되면 기업들에게 투자 관련 인센티브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며 ESG지수의 개선·홍보 등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향후 정부·금융회사·유관기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논의된 금융부문 대응방향과 현장의견을 토대로 방안을 구체화시켜 나갈 계획이다. 또한 중대재해 이슈는 범정부 차원의 협업이 중요한 만큼, 금융위는 이날 간담회 내용을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와 공유하고 협력이 필요한 사항을 적극 논의해 나갈 예정이다.
권대영 부위원장은 “우리 사회도 중대재해 근절을 위한 노력을 비용으로 보지 않고, 회복 불가능한 손실을 절감하는 투자로 인식해 나가야 한다”며 “금융부문의 다각적 노력이 중대재해 예방 문화의 안착을 선도·지원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금융권의 역할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