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 2억짜리 바느질 ‘얼굴’, 옷감은 ‘토론토 저스틴 비버’ 박정민 [쿠키 현장]

연상호 2억짜리 바느질 ‘얼굴’, 옷감은 ‘토론토 저스틴 비버’ 박정민 [쿠키 현장]

영화 ‘얼굴’ 화상 기자간담회

기사승인 2025-09-10 18:01:11 업데이트 2025-09-10 19:01:50
연상호 감독, 배우 박정민, 권해효, 신현빈, 임성재, 한지현(왼쪽부터).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질의 저예산 영화 ‘얼굴’이 베일을 벗는다. ‘바느질’에 가까운 연상호 감독의 디테일한 연출, 이에 따라 촘촘히 박음질된 박정민, 권해효의 연기를 보는 재미가 쏠쏠할 전망이다.

영화 ‘얼굴’(감독 연상호) 화상 기자간담회가 10일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렸다. 이날 연상호 감독, 배우 박정민, 권해효, 신현빈, 임성재, 한지현은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참석한 관계로 화상을 통해 취재진을 만났다.

‘얼굴’은 ‘살아있는 기적’이라 불리는 시각장애인 전각 장인 임영규의 아들 임동환이 40년 전 실종된 줄 알았던 어머니 정영희의 백골 시신을 발견하고 그 죽음 뒤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다. 연상호 감독의 동명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한다. 연상호 감독은 “‘성취에 집착하는 나는 어디에서 만들어졌는가’라는 물음에서 시작했다. 그러면서 ‘고도성장을 이뤘던 70년대 한국은 무엇을 잃어버렸는가, 무엇을 착취했는가’ 이런 질문으로 넘어갔다”며 작품의 출발점을 설명했다.

극중 박정민은 젊은 시절 임영규와 임동환을 연기해 1인 2역에 도전했다. 권해효, 신현빈, 임성재, 한지현은 임영규 역, 정영희 역, 백주상 역, 김수진 역을 각각 맡았다. 이들은 작품의 메시지에 끌려 출연을 결심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원작에 대한 호감이 컸다는 박정민은 “오랜만에 작가의 메시지를 묵직하게 전달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저는 감독님이 사회에 투덜대는 영화가 좋다”고 밝혔다.

그간 연상호 감독 작품 다수에 참여한 임성재는 “‘부산행’부터 ‘계시록’까지 망치로 무두질을 하면서 박력 있게 작품을 만드셨다면, 이번에는 바느질하듯 만든 작품이겠다 싶더라. 연상호의 바느질은 어떨지 너무 궁금했다”고 전했다.

‘얼굴’은 임영규의 부인이자 임동환의 어머니인 정영희의 얼굴을 쫓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에 정영희로 분한 신현빈은 대부분 분량에서 얼굴을 가린 채 등장한다. 신현빈은 “어렵고 두려웠지만 재밌다고 생각하기도 했다”며 “얼굴이 보이지 않더라도 어떤 표정인지 어떤 감정인지 느껴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제일 많이 했다. 이런저런 시도를 많이 했다”고 돌아봤다. 연상호 감독은 “임영규의 뒤틀린 내면은 확인할 수 없는 정영희의 얼굴에서 온다고 생각했다. 관객들을 임영규의 뒤틀린 내면으로 안내하기 위해서는 관객들도 정영희의 얼굴을 보지 못하게 해야 깊숙한 곳까지 들어갈 수 있다”고 이처럼 연출한 이유를 얘기했다.

시각장애인을 연기한 박정민과 권해효는 공교롭게도 시각장애인을 가족으로 두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정민은 “준비하면서도 촬영하면서도 아버지의 삶을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저에게는 의도치 않게 일종의 선물이 됐다”고 말했다. 권해효는 “장인어른이 시각장애인이다. 익숙한 공간에서 빠른 움직임, 익숙지 않은 공간에서 조심스러움처럼 그분 일상을 오래 보고 느꼈던 점이 있어 연기가 어렵진 않았다”면서도 “태생적으로 보이지 않는 사람이 시각예술을 한다는 것을 믿게 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었다”고 털어놨다.

배우 박정민.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또한 박정민은 임 부자를 오가며 극을 이끌어야 했다. 그는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같은 임영규와 임동환에 대해 “종국에 두 사람이 공유하는 건 수치심과 모멸감이라고 생각했다”며 “젊은 임영규는 그 감정이 자신의 장애, 내면에서 발현됐고, 임동환은 이를 외부적인 요인으로 돌리려는 인간이라고 봤다. 못난 두 사람의 바닥이라고 생각했다. 1인 2역 도전보단 두 인물이 상호작용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부연했다.

‘얼굴’은 세계 4대 영화제 중 하나인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공식 초청돼 일찌감치 관심을 받고 있다. “이곳에서도 박정민은 스타다. ‘토론토 저스틴 비버’라고 임성재 배우가 말했다”고 운을 뗀 연상호 감독은 “엄청나게 많은 팬이 와주셔서 감동 받았다. 1800석 되는 극장이 꽉 찼는데, 영화를 보는 기쁨이 뭔지 되살아났다. 관객분도 이 이야기에 공감과 몰입을 해주셨다고 느껴 인상적이었다”고 현지 반응을 생생히 전했다.

박정민은 “2년 사이 인기가 한층 올라갔다고 느꼈다”는 너스레로 화답한 뒤, 상당한 연기력을 요하는 후반부 신을 소화한 권해효를 치켜세웠다. 그는 “한 배우가 끊지 않고 15분을 연기하는 걸 처음 봤는데 굉장히 압도적이었다. ‘이 장면만으로도 관객분께 꽤 큰 선물이 되겠다. 다시 못 볼 광경이겠다. 이 광경을 본 내가 너무 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귀띔했다.

‘얼굴’은 화려한 외피를 자랑하지만, 실상은 예산 2억원 가량에 스태프 20명이 약 3주간 촬영한 영화다. 연상호 감독은 “1억으로 만들려고 했는데 물정을 모르는 거더라. 후지게 나오면 면이 안 설 것 같아서 두려웠다. 그런데 그 생각이 잘못됐더라. 후지더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며 “첫 단추로 박정민 배우가 들어오면서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됐고, 여기에 스태프가 모이기 시작하니까 이미 제 예상보다 퀄리티가 훨씬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는 연상호 감독이 흥행을 바라는 이유와 연결된다. 연 감독은 “이렇게 흥행에 목말라본 영화는 처음이다. 다들 이렇게 도와주셨는데 이분들이 (수익을) 많이 가져가면 좋겠다. 이렇게 간절한 적이 없었다. ‘좋은 의미였다’로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박정민은 “잘되면 어느 정돈 받겠다”면서도 “관객분들이 영화를 체험해 보시고 이야기를 나눌 장이 열리면 좋겠다. 지분이나 러닝 개런티를 떠나, 관객분들이 이 시대에서 해볼 법한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를 보시고 진득하게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얼굴’은 11일 개봉한다.

심언경 기자
notglasses@kukinews.com
심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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