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시민 1만4700여명이 청구한 ‘대구시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 지원 조례’를 폐지하는 안이 대구시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결국 부결됐다.
대구시의회는 12일 제319회 임시회 본회의를 열고 ‘대구시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 폐지조례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한 결과 재석 의원 33명 중 32명이 반대하고 1명이 찬성해 부결됐다고 밝혔다.
이번 폐지안은 지난해 5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제정한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에 반발한 시민단체들이 주축이 돼 발의됐다.
‘박정희 우상화 사업 반대 범시민운동본부’는 시민 1만4700명의 서명을 받아 조례 폐지를 청구했고, 대구시의회는 이를 주민조례발안법에 따라 정식 접수했다.
주민조례청구는 18세 이상 주민 1만3670명 이상의 동의로 지방의회에 조례 제·개정·폐지를 직접 청구하는 제도다. 대구시에서 주민조례청구가 이뤄진 것은 2012년 ‘친환경 의무급식 조례’ 이후 두 번째다.
폐지안을 반대한 의원은 이만규 대구시의회 의장을 포함한 국민의힘 소속 의원 32명이며, 찬성표를 던진 건 육정미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가 유일했다.
표결 전 토론에서 허시영 시의원은 “이 조례는 특정 인물의 우상화가 아니라 역사적 사실을 균형 있게 기리고, 후세 교육과 성찰의 장으로 삼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는 점에서 폐지해선 안 된다”며 반대 의견을 밝혔다.
찬성표를 던진 육정미 시의원은 “홍준표 전 시장 취임 이후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 절차 없이 서둘러 조례가 제정됐다”며 “이는 지역사회의 공적 가치라기보다 당시 정치적 목적, 더 나아가 개인의 대권 행보에 활용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조례폐지안이 시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철거 요구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는 동대구역 광장의 박 전 대통령 동상도 존치될 전망이다.
대구=최태욱 기자 tasigi72@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