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일 오후 6시쯤 서울 고척동 고척스카이돔 일대는 축제 분위기였다. 광복 80주년 KBS 대기획 ‘이 순간을 영원히-조용필’ 녹화에 참여하기 위해 피케팅(피 튀기는 티케팅)에 도전한 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성공의 기쁨을 나누는 듯했다. 입장 전 표를 구해준 손녀를 50대 딸과 함께 기다리던 80대 여성 김 씨는 “조용필 콘서트 한 번 오는 게 일평생 소원이었다”며 들뜬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이날 고척돔을 가득 메운 1만8000여 관중도 김 씨와 다르지 않아 보였다. 공연 시작 전부터 곳곳에서 환호성이 들려왔고, 몇몇은 조용필을 연호하기도 했다. 원활한 촬영을 위해 KBS가 무료로 제공한 자동 제어 응원봉을 들 때 호응도는 최고조였다. 일부 관객에게는 이 자체가 문화적 체험이었다. 이러한 문화가 한참 전 자리잡은 아이돌 등 유료 콘서트에서는 볼 수 없는 생경한 풍경이었다.
무료 돔공연에 무료 응원봉까지, 28년 만에 조용필을 맞이한 KBS의 작심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조용필은 더 단단히 마음을 먹고 온 모양새였다. 무료 콘서트임에도 세트리스트를 28곡으로 꽉 채운 것은 물론, 모든 노래를 거의 쉬지 않고 라이브로 소화했다. 곁들인 기타 연주와 무대 매너까지 흠잡을 데 없이 완벽했다. “오랜만에 저를 보시는 분들은 (기억하시는 모습과) 다를 거다. 많이 변했다”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75세에도 그는 여전히 가왕이었다.


‘미지의 세계’로 포문을 연 공연은 ‘못찾겠다 꾀꼬리’, ‘단발머리’, ‘고추잠자리’, ‘허공’, ‘돌아와요 부산항에’, ‘나는 너 좋아’, ‘킬리만자로의 표범’, ‘바운스’ 등을 거쳐 ‘여행을 떠나요’로 마무리됐다. 광복 80주년 기획답게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서, 추석특집 방송답게 전 세대를 아우르기에 적합한 곡들이었다. 특히 조용필과 함께 나이를 먹은 관객들은 감상에 그치지 않고, 하나같이 행복한 표정으로 노래를 따라 불렀다. 함께 만든 무대가 주는 감동과 울림은 상당했다. 특히 ‘모나리자’에서는 소름이 훅 끼칠 만큼 역대급 떼창이 터져 나왔다.
여기에 화려한 조명 효과, 쉴 새 없이 터지는 폭죽, 세련된 화면 그래픽, 풍성한 댄스팀의 군무가 어우러져 공연은 높은 완성도를 자랑했다. ‘갈등은 많고 공감은 적은 시간, 우리는 음악으로 하나가 됩니다’라는 VCR 속 문구가 고스란히 실현되는 현장이었다. KBS의 기획의도가 통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조용필에게도 이 공연의 의미는 남달라 보였다. 그는 “오늘 공연 제목이 ‘이 순간을 영원히’다. 이 음악처럼 여러분에게 이 순간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이 순간을 영원히-조용필’은 10월6일 KBS2에서 방송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