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증 편향 막자’ vs ‘공소 유지 흔들’…국민참여재판 지침 개정 논란

‘확증 편향 막자’ vs ‘공소 유지 흔들’…국민참여재판 지침 개정 논란

대검, 수사 검사 국민참여재판 배제 추진
‘공정성 강화’ 취지 속 현장에선 ‘공소 유지 흔들’ 우려도

기사승인 2025-09-19 06:00:24
대검찰청. 박효상 기자  

대검찰청이 국민참여재판에서 사건을 직접 수사한 검사의 공판 참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지침 개정에 착수했다. 재판의 공정성을 높인다는 취지이지만 검찰 내부는 물론 법조계 전반에서 ‘공정성’과 ‘효율성’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거세지고 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은 최근 ‘국민참여재판 공소수행에 관한 지침’ 개정 작업에 들어갔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사건을 수사한 검사가 해당 사건의 국민참여재판 공판에 참여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이다.

이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직무대리 제도’ 개선을 지시한 데 따른 조치다. 직무대리란 인사 발령으로 다른 검찰청으로 옮긴 수사 검사가 기존에 담당했던 사건의 재판에 계속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그간 검찰은 이 제도를 활용해 사건을 가장 잘 아는 수사 검사를 공판에 투입해왔다.

대검은 이번 개정을 통해 수사 검사의 개입으로 발생할 수 있는 ‘확증 편향’을 차단하고, 장기적으로 수사와 공판의 역할을 명확히 분리해 재판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수사와 기소를 동일 인물이 맡을 경우, 스스로의 판단을 고치기 어려워 자신이 모은 증거에 과도한 확신을 갖게 되는 ‘확증 편향’ 위험이 있다는 지적은 법조계와 학계, 언론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당장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 검사가 수십 개의 사건을 동시에 맡는 공판부의 현실상, 사건의 맥락과 쟁점을 가장 잘 아는 수사 검사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이유다.

수도권의 한 검사는 “복잡한 사건의 경우, 공판 검사가 기록만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돌발 상황이 많다”며 “수사 검사를 배제하면 피고인의 주장에 효과적으로 반박하지 못해 공소 유지가 부실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충분한 인력 충원과 준비 없는 성급한 시행은 오히려 재판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법조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개정안을 지지하는 측은 ‘공정성’과 ‘무죄 추정의 원칙’을 강조한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 과정에서 이미 유죄에 대한 확신을 가진 검사가 공판에 참여하면, 객관적인 ‘공소관’의 역할을 하기 어렵다”며 “이는 피고인의 방어권을 위축시키고 재판의 기본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수사와 기소는 원칙적으로 분리하는 것이 맞다는 주장이다.

반면 반대 측은 ‘실체적 진실 발견’과 ‘공소 유지의 효율성’을 내세운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히 무죄를 격렬하게 다투는 특수·공안 사건의 경우, 수사 검사는 사건의 실체를 꿰뚫고 있는 최고의 전문가”라며 “이 전문가를 공판에서 배제하는 것은 오히려 실체적 진실 발견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결국 이번 개정안을 둘러싼 논의는 검찰 제도의 미래와 맞물려, ‘절차적 공정성’과 ‘실체적 정의 구현’이라는 두 핵심 가치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아갈지 주목된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김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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