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세계그룹이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하며 부진 계열사에 젊은 글로벌 인재와 위기관리형 경영인을 전면에 배치했다. 그룹이 이번 인사에서 ‘위기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만큼 복합적인 과제에 당면한 계열사 신임 대표들이 글로벌 확장과 적자 개선 등 굵직한 현안 해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이 이날 2026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해보다 한 달 앞당겨 실시된 이번 정기 인사는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신속히 대응하고 미래 성장 전략을 선제적으로 준비하기 위한 조치라고 그룹은 설명했다. 신세계그룹은 “당면 과제를 빠르게 실행하고 미래 성장 계획을 앞서 준비하기 위해 조기 인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에서 신세계그룹은 ‘위기 극복과 경쟁력 회복’을 최우선 목표로 내세우며 어느 때보다 성과주의 기조를 강화했다. 특히 최근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계열사들에 대한 과감한 수장 교체가 눈길을 끈다.
G마켓 신임 대표로는 글로벌 이커머스 전문가 1985년생의 젊은 수장 제임스 장(장승환)이 내정됐다. 장 대표는 중국 알리바바 산하 동남아시아 플랫폼 ‘라자다’를 이끌어온 인물이다. G마켓이 알리익스프레스와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며 첫 진출 지역으로 싱가포르, 베트남,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5개국을 선택한 만큼, 장 대표의 글로벌 경험이 주목된다. 그는 글로벌 네트워크와 데이터를 활용해 G마켓의 해외 진출을 본격화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신세계는 2021년 G마켓을 3조4400억원에 인수했지만, 누적 적자가 1000억원에 달하는 등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룹은 알리익스프레스가 보유한 200여 개국 글로벌 유통망을 실적 반등의 발판으로 보고 있어 장 대표의 해외 이력도 시선을 끌고 있다. 장 대표는 2008년 캐나다 웨스턴온타리오대학 경영학과 졸업 후, 2012년 라자다 필리핀을 공동창업하고 라자다그룹 CCO·싱가포르 CEO·인도네시아 CEO 등을 거친 만큼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에 정통하다. 알리바바 생태계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G마켓이 확보한 판매자 풀과 인프라를 결합해 경쟁력 강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 이커머스의 또 다른 축인 SSG닷컴 대표에는 최택원 이마트 영업본부장이 선임됐다. SCM(공급망관리) 전문가인 최 대표는 이마트와의 긴밀한 협업 체계를 기반으로 SSG닷컴의 차별화된 경쟁력인 신선식품 부문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1967년생인 최 대표는 휘문고와 한양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1996년 신세계에 입사했다. 이후 이마트 주재사무소 천진 부장, 경영지원본부 물류담당 상무보, SCM 3.0 추진담당 상무, 이마트 영업총괄본부장 전무, 트레이더스 본부장 등 핵심 보직을 두루 거쳤다. 이마트와 트레이더스에서 물류를 총괄했던 경험을 살려, SSG닷컴의 고질적 적자 구조 개선과 배송 효율화 과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신세계는 이마트와 SSG닷컴의 온·오프라인 네트워크를 아우르는 유통 물류 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SSG닷컴은 신선식품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마트로부터의 상품 매입 규모를 확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앱에서 주문 시 이마트 상품을 1시간 내 배송하는 ‘바로퀵’을 선보였다. 이는 이마트의 판매 채널 확대이자 동시에 SSG닷컴 성장의 발판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SSG닷컴 신임 대표 선임은 물류와 상품력의 시너지를 강화하기 위한 인사로 보인다”며 “최근 SSG닷컴이 이마트와 함께 다양한 장보기 혁신을 시도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신선식품 경쟁력을 전면에 내세운 사업 전략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세계디에프(면세점)는 각종 현안 해결을 위해 이석구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를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이 대표는 조선호텔과 스타벅스코리아 대표 등을 역임한 베테랑 경영인으로 이번에는 면세사업의 돌파구 마련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삼성물산을 거쳐 1999년 신세계에 입사한 이 신임 대표는 이마트·조선호텔·스타벅스커피코리아·JAJU·신세계라이브쇼핑 등 주요 계열사를 두루 거쳤다. 스타벅스코리아 대표 시절 10년 이상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며 브랜드 파워를 끌어올렸고, 조선호텔앤리조트와 신세계라이브쇼핑에서도 조직 안정과 체질 개선을 이끌어온 리더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이 대표가 ‘위기관리형 리더’로 불려온 만큼, 소비 패턴 변화와 장기화된 경기 침체, 인천공사와의 임대료 갈등 등 복합 위기에 직면한 신세계면세점에 적합한 인사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 사업이 장기간 어려운 상황에서 새로운 대표가 현황 파악부터 시작해 업무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며 “스타벅스와 조선호텔 등에서 흑자 전환을 이끈 경험이 있는 만큼, 이번 인사 역시 신세계면세점의 적자 해소를 염두에 둔 결정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