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촌도 맥날도 올렸다…치킨·버거 번지는 ‘배달앱 이중가격제’

교촌도 맥날도 올렸다…치킨·버거 번지는 ‘배달앱 이중가격제’

기사승인 2025-09-29 18:07:58
배달 라이더 모습. 쿠키뉴스 자료사진

외식업계에서 ‘배달앱 이중가격제’가 확산하고 있다. 매장이나 자체 앱보다 배달앱에서만 더 비싼 가격을 책정하는 방식이다. 치킨과 햄버거 등 대중 메뉴에 확산하면서, 편리함을 선택한 소비자들이 추가 부담을 떠안는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9일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서울 지역 교촌치킨 매장 대다수는 지난 19일부터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배달 플랫폼에서 주요 메뉴 가격을 2000원 인상했다. 허니콤보와 레드콤보, 반반콤보 등 메뉴는 기존 2만3000원에서 2만5000원으로 올랐다.

교촌치킨 가맹점주 협의회에 따르면 서울 지역 가맹점의 90% 이상이 이번 가격 인상에 동참했다. 그러나 매장 내 판매 가격과 교촌 전용 앱 가격은 그대로여서, 사실상 배달앱 이용자만 더 비싼 값을 내는 구조다.

점주들은 배달앱 수수료와 광고비 부담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가맹본사가 가격을 강제할 수는 없지만 통상 권장가를 따르는 것이 관행이었다. 이번만큼은 점주들이 직접 가격 인상에 나선 셈이다.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가맹점주에게 이중가격제 도입으로 발생할 수 있는 고객 불만과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촌은 이달 초에도 순살치킨 메뉴에 닭가슴살을 섞으면서 중량을 700g에서 500g으로 줄여 사실상 가격을 올린 바 있다. 이번 배달앱 가격 인상까지 겹치면서 소비자들의 체감 부담은 한층 커진 상황이다.

치킨 업계 전반으로는 이미 이중가격제가 일반화되는 추세다. bhc치킨은 지난 6월부터 배달 치킨 가격을 점주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정책을 바꿨고, 상당수 매장이 약 2000원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자담치킨은 지난 4월 업계 최초로 공식적으로 이중가격제를 도입해 배달 메뉴 가격을 매장보다 2000원 높게 책정했다.

햄버거 프랜차이즈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맥도날드는 배달앱에서 빅맥 세트를 주문하면 매장가보다 1300원 비싸게 지불해야 한다. 버거킹도 와퍼 세트의 배달가는 매장보다 1400원가량 높다. 롯데리아 역시 단품은 700~800원, 세트 메뉴는 1300원가량 더 비싼 가격을 적용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배달 플랫폼 중심의 외식 소비 구조와 맞닿아 있다. 배달앱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점주들은 광고비와 수수료 부담을 가격에 반영하는 분위기다. 프랜차이즈 본사도 이를 강제하기보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선에서 그치고 있다. 

전문가는 단순한 가격 논란을 넘어 구조적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교촌은 1위 브랜드라는 파워가 있기 때문에 점주들이 ‘소비자가 쉽게 이탈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가격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경기 침체 국면이라 소비자들이 가격에 더욱 민감해져, 경기가 좋을 때보다 반발이 크게 나타나는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이어 “앞으로 다른 프랜차이즈 외식업계에서도 배달 이중가격제가 사실상의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며 “배달앱 플랫폼, 라이더, 점주, 가맹본부, 소비자 등 이해관계자가 모여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추천해요
    0
  • 슬퍼요
    슬퍼요
    0
  • 화나요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