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과학] 사람 전염 우려 'H5N1 조류인플루엔자' 확산 메커니즘

[쿠키과학] 사람 전염 우려 'H5N1 조류인플루엔자' 확산 메커니즘

IBS,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감염 확산·병독성 메커니즘 최초 규명
특정 아미노산 변이, 이종 포유류 적응성․병원성 강화
인수공통바이러스 선제 대응기반 마련

기사승인 2025-09-29 17:26:40
북미형 H5N1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포유류 적응성과 전신 확산 기전. IBS

2022년 북미에서 보고된 H5N1 조류인플루엔자는 전신 확산과 높은 치명률을 특징으로 하는 새로운 유전자 조합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다. 

북미형 H5N1 바이러스는 단순 호흡기 감염에 그치지 않고 면역세포를 감염시켜 전신으로 퍼지며 뇌까지 침투한다.

이 바이러스는 지난해 3월 이후 미국 10여 개 주 농가에서 젖소 집단감염이 확인됐다.

특히 감염된 젖소의 젖에서 바이러스 유전물질이 검출돼 모유 전파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같은 시기 고양이 등 다른 포유류뿐 아니라 사람까지 감염시키는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며 국제사회에 우려가 커졌다.

그러나 이 바이러스가 포유류에 잘 적응하고 치명적인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H5N1 바이러스 감염확산 이유 찾았다

기초과학연구원(IBS)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최영기 소장팀이 북미에서 유행한 H5N1 바이러스가 포유류에서 치명적인 병원성을 일으키는 원인을 규명했다. 

특히 특정 변이가 전신 확산과 신경계 침투를 매개하는 핵심 요인임을 확인해 바이러스 대응 토대를 마련했다.

연구진은 H5N1 바이러스 ‘GA/W22-145E/22’와 우리나라가 확보한 유라시아 계통의 동일 아형 바이러스 ‘KR/W811/21’를 비교해 병원성 차이를 분석했다. 

그 결과 북미형은 페럿 감염모델은 7일 이내 치사율 100%에 뇌와 림프절을 포함한 전신 감염을 일으켰다. 

특히 젖을 분비하는 유선까지 확산돼 모유 매개 전파 가능성도 확인됐다. 

반면 유라시아형은 호흡기 감염에 국한되고 병원성이 낮았다.

연구진은 단일세포 수준에서 어떤 유전자가 발현되는지를 추적하는 분석으로 북미형 바이러스가 T세포, B세포, 대식세포 등 다양한 면역세포에서 검출됨을 확인했다. 

이어 북미형에서 발견된 PB2-478I와 NP-450N 두 변이를 유라시아형 아미노산으로 바꿔 제작한 바이러스로 감염 실험한 결과 병원성이 크게 약화되고 감염도 호흡기로 제한됐다. 

아울러 바이러스 복제효율 측정 실험에서는 두 변이가 바이러스의 유전체 복제 효율을 높여 포유류 세포 내에서 복제력이 강화됨을 확인했다. 

이는 두 변이가 H5N1 바이러스의 포유류 적응성과 병원성 강화를 이끄는 핵심 요인임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연구진은 북미에서 보고된 젖소 젖의 바이러스 검출 사례를 뒷받침하기 위해 소에서 유래한 유선 오가노이드에 북미형 H5N1을 감염시켜 증식 양상을 분석했다. 

그 결과 북미형은 유선 오가노이드 조직에서 활발히 증식했지만, 유라시아형이나 변이를 유라시아형으로 바꾼 바이러스는 증식이 제한적임을 밝혔다.

연구진은 출산한 페럿 감염 모델을 이용해 모유 전파 가능성도 검증한 결과 감염된 어미의 뇌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돼 전신 확산을 확인했고, 유선에서 증식한 바이러스가 실제 모유를 통해 새끼로 전파되는 양상까지 관찰했다. 

반면 변이를 제거한 바이러스는 이런 확산이 관찰되지 않았다. 

이는 북미에서 보고된 젖소 집단감염과 모유 매개 전파 우려를 과학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향후 사람과 가축의 교차감염 위험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전망이다.

연구를 주도한 김영일 연구위원은 “H5N1 바이러스가 인체의 방어체계를 오히려 확산의 경로로 삼는 새로운 병리 메커니즘을 확인했다”며 “이는 바이러스의 전신 확산 경로를 겨냥한 치료전략 개발과 인수공통바이러스 대응전략 마련에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소장은 “이번 연구는 특정 변이가 바이러스의 적응성과 병원성을 어떻게 높이는지를 분자 수준에서 규명한 성과”라며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새로운 팬데믹의 잠재적 위협인 만큼 지속적인 기초연구를 통해 인류가 직면할 감염병 위기에 선제 대비할 수 있는 지식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IF 12.5)’에 27일 게재됐다.
(논문명 : PB2 and NP of North American H5N1 virus Drive Immune Cell Replication and Systemic infections)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이재형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추천해요
    0
  • 슬퍼요
    슬퍼요
    0
  • 화나요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