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로 입덕, 성분 보고 구매 확정…日서 먹히는 ‘K-뷰티’ 판매 전략 [K-뷰티 IN 도쿄②]

SNS로 입덕, 성분 보고 구매 확정…日서 먹히는 ‘K-뷰티’ 판매 전략 [K-뷰티 IN 도쿄②]

틱톡으로 인지도 높이고 성분으로 마케팅 펼쳐
현지 플래그십 스토어에선 고객 체험·경험 강화
인플루언서 협업도 단기 노출 대신 ‘장기 신뢰’

기사승인 2025-10-09 15:30:04 업데이트 2025-10-09 16:49:49
한때 일본을 찾은 한국인들이 화장품을 ‘쓸어 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 풍경이 사뭇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일본인들이 한국을 찾아 화장품을 대량 구매하고, 또 일본 현지에서도 K-뷰티를 찾아 나섭니다. K-팝과 드라마로 되살아난 한류 열기 속에서 한국 화장품은 ‘문화’이자 ‘취향’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쿠키뉴스는 도쿄 현지에서 직접 확인한 일본의 K-뷰티 열풍, 그 현장을 3편에 걸쳐 전합니다. <편집자주>

도쿄 롯폰기 돈키호테 매장에서 한 시민이 한국 화장품을 둘러보고 있다. 심하연 기자

“일본 소비자도 한국 화장품을 좋아하지만, 구매 방식과 선호 품목은 일본식 취향이 확실해요. 전성분, 무첨가, 사용법을 먼저 확인하고 광고와 실제 효과가 비슷한지 꼼꼼히 따집니다.”

일본에서도 K-뷰티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기업들은 일본 오프라인 채널 특성에 맞는 현지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향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8억4000달러(한화 약 1조1378억)로 전년 대비 26.0% 증가해 처음 8억달러를 넘어섰다. 그렇다면 일본 소비자들은 어떤 방식으로 K-뷰티를 선택하고 있을까. 

일본 시민들이 도쿄 신주쿠에 위치한 데이지크 플래그십 스토어를 둘러보고 있다. 심하연 기자

도쿄 신주쿠에 위치한 국내 뷰티 브랜드 ‘데이지크’ 플래그십 스토어는 오픈 두 달 만에 하루 평균 300~500명이 방문한다. 매장 인테리어와 제품 진열 방식을 SNS 마케팅의 톤앤매너에 맞춰 설계됐다.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느꼈던 브랜드 이미지를 매장에서도 그대로 체험할 수 있도록 구현한 것이다.

데이지크 플래그십 오픈 때부터 근무했다는 스태프 리나(30)는 “매장을 방문하는 건 대부분 중국과 일본인 고객이며 틱톡과 인스타그램을 보고 찾아오는 고객이 가장 많다”며 “K-팝 팬처럼 한국 문화에 익숙한 고객은 한국식 메이크업과 컬러감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인디 브랜드 퓌(Fwee)도 도쿄 신주쿠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지상 3층, 곡선을 강조한 파란 외관으로 브랜드의 부드러운 무드를 반영했다. 스토어 측은 “인테리어와 동선, 제품 배치, 색채를 일관되게 설계해 ‘사진 찍고 싶은 공간’을 구현했더”며 “신제품과 인기 라인의 다양한 색상을 직접 테스트할 수 있도록 동선을 구성해 체험을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퓌 측은 “매장 방문 후 온라인 구매로 이어지는 고객이 늘고 있다”며 “오프라인 매장 내 직접 구매 비중도 점차 확대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퓌 매장을 찾은 일본 고등학생 A(18)양은 “구독하던 인플루언서를 통해 1년 전부터 퓌를 알게 됐다. 패키지가 귀엽고 색조 선택지가 많은 게 장점”이라며 “백화점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매장에서 직접 사는 게 더 저렴하고, 제품 테스트도 많이 해볼 수 있어서 (매장에) 자주 온다”고 밝혔다. 이어 “꼭 여기서 사지 않더라도 테스트해 본 제품은 온라인으로 구매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도쿄 신바시에 있는 LG 생활건강 시내 면세점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화장품을 구매하고 있다. 심하연 기자

관광 수요와 체험이 교차하는 시내 면세점 채널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CNP, 유시몰, VDL 등을 운영하는 LG생활건강은 도쿄 신바시에 시내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시내 면세점에서 CNP(스킨케어)&VDL(메이크업) 전개를 확대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일본에서 효능 인지도가 높은 유효 성분을 전면에 내세우는 마케팅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미백 효능의 트라넥삼산, 트러블 케어에 효과적인 아젤라익산, 주름 개선 효능의 나이아신아마이드 등 일본에서 주목받는 성분을 함유한 제품을 적극적으로 선보이는 방식이다. 제조사 매뉴얼을 따르는 일본 소비문화에 맞춰 사용 단계, 정량, 사용법을 성분 설명과 병기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상세페이지에는 임상 결과 등을 표기해 신뢰도를 높인다. 

신윤진 LG생활건강 일본 리테일&디지털부문 ABM은 “일본은 매뉴얼 문화가 강하다. ‘왜 좋은지, 어떻게 쓰는지’를 보기 쉽게 설명해야 신뢰를 얻고, 광고 문구와 실제 사용감의 일치가 확인될 때 재구매가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이 일본 현지에서 주력으로 판매중인 VDL, CNP 제품들. 심하연 기자

기자가 방문한 도쿄 시내 로프트와 돈키호테 매장에서도 소비자들은 제품을 집은 뒤 곧바로 후면 라벨(전성분·무첨가·주의사항)을 확인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도쿄에 거주 중인 미야(31·여)씨는 “선호하는 K-팝 아이돌이 광고 모델로 활동하는 브랜드 제품을 보러 왔다”며 “구매하기 전엔 꼭 함유된 성분을 찾아보고 광고 컷과 실제 발색이 같은지 확인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인플루언서 협업 방식도 한국과는 다르다. 신 ABM은 “일본 인플루언서는 실제 사용 후 효과를 확인한 뒤 추천하는 순서를 중시한다. 추천에 대한 책임 의식이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강하다”며 “단기 노출보다 장기 관계를 전제로, 제품 이해도와 사용 결과를 공유하는 반복 브리핑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어 “샘플링 이후 콘텐츠 공개까지의 리드타임이 길고, 사용감 보고와 Q&A를 여러 차례 거치며, 제품 라벨·상세페이지와 메시지의 일치 여부도 꼼꼼히 확인한다”고 덧붙였다. 

채희환 LG생활건강 아시아 부문장은 “한국 브랜드는 시장 반응을 빠르게 파악하고, 인기 있는 성분 등을 제품에 반영해 지속적으로 제품을 출시하며 20~30대 성분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며 “K-뷰티가 일본 브랜드보다 상대적으로 피드백 속도가 빨라 시장 대응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
심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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