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이후 노동계는 다소 환영했고, 그에 보답하듯 정치권은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개정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원·하청 구조가 일반적인 산업현장에서,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을 경우 노사관계의 상대방인 사용자로 인정하는 것이다. 또 노동조합 활동과 관련해 손해가 발생했을 때는 사용자의 책임을 일정 부분 제한하도록 했다.
이 법은 개정 절차를 마치고 내년 봄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시행 전부터 내년도 노사관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모든 하청업체가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제기할 경우 산업 현장의 혼란과 경제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노동조합의 불법 파업으로 인한 손해에 대해 사용자가 피해를 보전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불필요한 갈등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의 보완과 현장 안착을 위한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할 때다.
노사관계는 법과 제도가 아닌 사람이 하는 인간관계다
노사 관계가 언제나 평온할 수는 없다. 갈등이나 분쟁이 생겼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선, 노사관계는 법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분쟁이 심화되면 노사 모두가 쉽게 꺼내는 말이 “법대로 하자”이다. 노동조합의 요구가 과도하다고 판단되면 사용자는 “법적으로 들어줄 의무가 없다”거나 “법에 맞지 않는다”고 말한다. 반대로 노동조합도 사용자의 과도한 요구나 제약이 있을 경우 “부당노동행위로 고발하겠다”는 식으로 법적 대응을 예고하곤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는 궁극적인 해결에 이르기 어렵다. 법대로 하는 것은 일시적인 안정이나 일방의 승리를 가져올 수는 있지만,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 노사관계의 지속적인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
노사관계의 주체는 결국 사람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제도나 법이 아니라 사람이다. 지속 가능한 노사관계를 위해서는, 노사 모두가 ‘관계는 사람이 만든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메신저가 아닌 메시지를 보자
노사관계에서 안타까운 일 중 하나는 서로의 역할을 이해하지 못해, 그 위치에서의 행동을 개인의 성격이나 인성 문제로 오해하는 경우다. 노동조합이 조합원의 의사를 대변하다 보면 불평이 섞이거나 불편한 언행이 오갈 수 있다. 그런데 사용자 측이 메시지가 아닌 메신저에 집중하면 문제 해결은 뒷전이 되고, 인간적인 감정싸움으로 번지기 쉽다. 이런 오류만 줄이더라도 노사관계는 한층 더 성숙해질 것이다.
우리는 한배를 탔기에 성공적인 항해를 위해 함께 노를 저어야 한다
노사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한두 번의 협상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라, 회사가 존재하고 노동조합이 있는 한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는 관계라는 점이다. 그렇기에 눈앞의 이익보다 장기적인 항해를 위한 공존의 노력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노동운동이 본격화된 시점은 1987년 이후로 보는 견해가 많다. 사람의 나이로 치면 마흔, 불혹의 시기다. 어차피 지속될 관계라면, 문제를 하나씩 풀어가며 함께 성장하는 성숙한 장년의 모습이 이제 우리 노사관계에도 필요하지 않을까.
글·유선용 노무사
노무법인 MK컨설팅 대표노무사
전 LH공사 노무담당
전 한국고용노동교육원 객원교수
주한외국기업연합회(KOFA) HR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