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인 한번만 하면 되는데”…경찰도, 가족도 모른다 [명절에도 돌아오지 못한 이들①]

“확인 한번만 하면 되는데”…경찰도, 가족도 모른다 [명절에도 돌아오지 못한 이들①]

기사승인 2025-10-05 06:00:33 업데이트 2025-10-05 06:26:55
AI 이미지 생성

추석을 맞아 곳곳이 온기로 가득차고 있지만 어떤 가족은 수십 년째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를 두고 있다.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 5명, 대구지하철 화재 희생자 중 신원불상 3명. 이들은 아직 이름을 되찾지 못했다.

주목할 점은 이들의 신원을 확인할 과학적 단서는 이미 곁에 있다는 사실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데이터베이스에는 신원 미상 변사자의 DNA 정보 1만2000여건이 저장돼 있다. 경찰청에 등록된 1년 이상 장기 실종자는 6만6000여명. 단순 계산으로만 봐도 여러 건의 매칭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현실 속 연결은 좀처럼 이뤄지지 않는다.

쌓여가는 DNA, 끊어진 연결고리

박현철 국과수 변사자신원확인실장은 “신원불상 변사자의 DNA 시료가 ‘불상변사자 관리시스템’으로 연간 약 100건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며 “성인 실종은 법적 근거가 없어 가족이 경찰서에 신고해도 DNA 채취나 의뢰 절차가 일관되게 이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행정 공백은 현장에서도 드러난다. 최근 국과수에는 ‘대구지하철 화재 희생자 중 일부의 DNA가 아직 남아 있느냐’는 일반인의 문의 전화가 걸려왔다. 과거 사건이지만,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희생자가 존재했다는 점에서 제도적 허점이 다시 확인된 셈이다.

경찰청은 최근 지역 기반 생활정보 앱 ‘당근’을 운영하는 당근마켓과 업무협약을 맺고, 실종자 정보를 주민에게 신속히 알리는 ‘실종이웃 찾기’ 서비스를 도입했다. 사진은 앱 내 실종자 정보 게시 화면 예시. 경찰청 제공  

성인 실종, 법적 근거 없어 관리 공백

아동이나 치매 노인의 경우 ‘실종아동법’이 있어 가족이 DNA를 제출하면 대조가 가능하다. 하지만 성인은 별도 법이 없어 ‘가출인’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다.

임시근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교수는 “실종 당시 나이가 18세 이하면 국가 DB에 등록되는데, 성인은 같은 상황에서도 법적 근거가 없어 관리되지 않는다”며 “국제적으로도 보기 힘든 비합리적 제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성인 실종은 자살·사고·범죄 피해가 상당하다”면서 “100% 범죄임에도 신원이 확인되지 않아 미제로 남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병언 신원 확인한 것도 DNA

DNA 대조는 이미 굵직한 사건에서 성과를 냈다. 지난 2014년 전남 순천에서 발견된 신원불상 변사자는 세월호 실소유주인 유병언씨로 확인됐다. 그가 쓰던 생수병 DNA가 결정적 증거였다.

2006년 실종된 전북대 여대생 이윤희씨의 경우, 국과수가 부모 DNA와 본인이 쓰던 베개피 혈흔을 보관 중이다. 신원불상 변사자가 발견되면 즉시 대조할 수 있다.

다만 실종자 가족 상당수는 DNA 대조 절차 자체를 모르고, 경찰도 적극적으로 안내하지 못한다. 가족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국 경찰서를 돌며 낡은 사진을 내밀고 확인을 반복한다. 결국 기약 없는 기다림은 과학의 부족 때문이 아닌 제도의 부재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성인 실종자에 대한 별도 법 제정과 DNA 대조 절차 의무화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박 실장은 “기술적으로는 이미 충분히 가능하지만, 법적 근거와 인력 지원이 없으면 시스템이 작동할 수 없다”며 “국가 차원의 일원화된 관리 체계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실종자 가족이 챙겨야할 일]

1. 경찰서에 DNA 검체 등록 요청하기
가까운 경찰서 여성청소년과(실종팀) 또는 민원실을 방문해, 실종자 가족으로서 DNA 검체 등록을 청할 수 있다.

현행법상 성인 실종은 경찰의 의무 처리 대상이 아니므로, 일부 경찰서에서는 절차 안내에 소극적일 수 있다. 하지만 포기하지 말고 가족의 절박한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며 강력하게 등록을 요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용은 무료이며, 직계가족이나 형제자매의 구강세포(면봉)를 간단히 채취한다.

이렇게 등록된 DNA 정보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전달돼 신원 미상 변사자의 DNA와 상시 대조된다.

2. 실종자 사용 물품 따로 확보하기
경찰서 방문과 별개로 실종자가 사용하던 칫솔, 빗, 면도기 등 개인 물품을 훼손되지 않게 따로 보관해 둬야 한다. 이는 추후 신원 확인 과정에서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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