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이 흐르면서 간식도 달라졌다. 한때는 새우깡을 집어 들면 “손이 가요~ 손이 가~”라는 CM송이 절로 나오고, 바나나킥은 손가락에 노란 가루 묻혀 먹는 게 ‘국룰’이었다. 초코에몽은 매점 앞에 줄을 서게 만든 국민 음료였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의 손에 들린 건 이름부터 낯선 메론킥, 말차에몽, 와사비새우깡 같은 신상 간식이다. 과자와 음료는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품절 대란 아이템, SNS 인증템으로 자리 잡았다. 명절 상에서 “요즘은 이런 게 인기라며?”라는 말 한마디만 던져도 식탁 분위기가 훨씬 화기애애해질 수 있다.
꾸준함과 새로움, 과자의 변신은 무죄
편의점 과자 코너는 매일이 전쟁터다. 신제품은 순식간에 동나고, 한때 잊혔던 과자가 ‘역주행 간식’으로 부활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농심의 메론킥이다. 출시 석 달 만에 720만 봉지가 팔리며 단숨에 대세 과자로 떠올랐다. ‘먹태깡 신드롬’을 넘어선 기록이다. 반면 바나나킥은 오랜 꾸준함으로 증명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꼭 사 가는 과자 리스트’에 올리며 최근 국내 매출은 전년 대비 30% 늘었고, 수출액은 두 배 가까이 뛰었다.
마흔 살 칸쵸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름을 새긴 특별판이 출시되자 ‘내 이름 찾기’ 열풍이 번지며 편의점 매출이 수백 퍼센트 뛰었다. 원하는 이름을 찾기 위해 여러 봉지를 뜯는 ‘칸쵸깡’ 놀이까지 유행하면서, 1984년 첫선을 보인 장수 과자가 세대를 넘어 또 한 번 존재감을 드러냈다.
세대를 잇는 스테디셀러 새우깡도 변주에 성공했다. 소비자 투표로 뽑힌 ‘최애 맛’ 와사비새우깡은 정식 출시되자마자 돌풍을 일으켜 출시 2주 만에 180만 봉지가 팔렸다.
tip) 과자 얘기를 꺼낼 때는 “와사비새우깡이 그렇게 잘 팔린다더라” 정도로 가볍게 던지면 된다. 다만 “밥맛 떨어지게 왜 과자를 먹느냐”와 같은 말은 괜히 분위기만 깰 수 있다. 과자는 배를 채우는 음식이 아니라 작은 행복이니까.

추억의 초코에몽→말차에몽
과자가 세대를 잇는 대화소재라면 음료는 또 다른 공감대를 만든다. 초코우유 강자인 ‘초코에몽’은 새로운 옷을 입고 소비자 앞에 섰다. 지난 8월 출시된 말차에몽은 국산 말차가루를 사용해 단맛을 줄이고 은은한 풍미를 더했다. 출시 전부터 진행된 사전 판매는 매번 완판을 기록했고, 편의점 입점 이후에도 매대에서 빠르게 동나며 ‘없어서 못 산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남양유업은 말차에몽을 단순 음료만이 아니라 ‘레시피 아이템’으로 활용하고 있다. 커피에 섞거나 아이스크림, 요거트와 곁들이면 집에서도 색다른 디저트를 즐길 수 있다는 것. 남양유업 관계자는 “말차에몽은 커피, 아이스크림, 요거트 등 자사 제품과의 조합만으로도 다양한 레시피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아이스티는 이제 ‘아샷추’와 ‘아망추’라는 이름표를 달고 또 다른 유행을 타고 있다. 커피 샷을 더한 ‘아샷추’는 카페 아르바이트생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다 전국적 유행으로 번졌고, 아이스티에 냉동 망고를 넣은 ‘아망추’는 SNS 레시피가 편의점 상품으로까지 확장됐다. CU이런 수요에 맞춰 150g 가량이 담긴 ‘아이스 망고컵’을 지난달 선보였다.
tip) 조카와 얘기할 땐 “말차에몽 라떼로 먹어봤어?”라는 질문만 해도 대화가 술술 풀린다. 아이스티로 넘어가 “아샷추 vs 아망추 중에 뭐 파야?”라고 물어보면 금세 수다판이 열린다. 반대로 “그런 음료 왜 사 먹니”라는 말은 대화의 끝을 부른다.

굿즈, 먹는 즐거운 넘어 수집하는 재미로
간식의 인기는 이제 ‘맛’에서 끝나지 않는다. 인기 콘텐츠와 손잡는 순간, 과자는 굿즈 수집템으로 변신한다.
과자에 띠부씰을 넣는 전략도 여전히 통한다. 삼양식품은 최근 ‘맹구짱구’를 출시하며 30종의 띠부씰을 랜덤 동봉했다. 소금빵 맛 스낵에 캐릭터 씰을 붙이자, 과자는 먹거리를 넘어 수집품이 됐다. 앞서 SPC삼립의 ‘포켓몬빵’이 띠부씰 열풍으로 품절 대란을 일으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과자 봉지가 곧 ‘뽑기팩’이 되는 셈이다.
농심은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캐릭터를 입힌 신라면·새우깡으로 팬심을 자극했다. ‘케데헌 한정판 신라면’ 1000세트는 판매 시작 100초 만에 완판됐다. 파리바게뜨도 헌트릭스 케이크, 소다팝 케이크, 약과티그레, 쑥떡쿠키 등 협업 메뉴를 쏟아냈다.
tip) 조카에게 “헌트릭스 케이크 먹어봤어?” “맹구짱구 띠부씰은 모았어?”라고 묻는다면 대화는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하지만 “굿즈 때문에 과자를 왜 사냐” 같은 말은 꼰대 선언처럼 들릴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