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국가 전산망 화재 수습 기간 중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냉부해)’에 출연한 사실을 두고 여야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재난 상황에서 대통령이 예능을 촬영했다”며 공세를 높였고, 더불어민주당은 “허위사실 유포”라며 고발하겠다고 맞섰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예능 촬영을 ‘재난 외면 행보’로 규정하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주진우 의원은 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9월 28일 냉부해 촬영은 화재 진화 18시간 뒤, 조기 수습의 골든타임이었다”며 “당시 대통령의 현장 방문은 0건, 중대본 회의 주재도 0건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능 촬영이 재난 대응을 늦췄다”며 “냉부해 방송을 하루만 미뤄 공무원 발인 다음 날 강행한다. 피해 국민과 유족 앞에서 웃을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어 “냉부해 예능에 중대본 회의가 밀린 최초 사례”라며 “냉장고가 중요하냐, 전산망이 중요하냐”고 덧붙였다.
장동혁 대표도 “이재명 대통령의 48시간 행적은 거짓이었다. 거짓을 거짓으로 덮다가 결국 예능 녹화를 시인했다”며 “심각한 재난 상황에서 대통령 부부의 냉장고 속이 아니라 머릿속이 궁금하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한 전산망 마비 사태와 관련해 “대통령의 부적절한 행보가 공무원 극단 선택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반박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한가위에까지 대통령에 대한 허위사실로 흑색선전을 일삼는 국민의힘에 강력히 유감을 표한다”며 “주진우 의원을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대통령실이 이미 모든 사실관계를 공개했는데도 국민의힘은 정치공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사망 공무원까지 정쟁의 도구로 삼는 행태에 침통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또 “윤석열 정부가 전산망 이중화 예산을 삭감해 이번 화재를 예방할 기회를 놓쳤다”며 역공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예능 촬영과 재난 대응은 별개 사안”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전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출연한 JTBC 예능 ‘냉장고를 부탁해’ 추석 특집편 방영을 연기해 줄 것을 방송사에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방송은 당초 5일에서 6일 오후 10시로 연기됐다. 김 대변인은 “대통령은 28일 오전 10시50분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상황을 보고받았고, 오후에는 중대본 회의를 직접 주재했다”며 “예능 촬영과 별개로 국가 재난 대응 체계는 정상 작동했다”고 설명했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상황에서 이번 논란은 단순한 방송 이슈를 넘어 정치적 상징 대결로 번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위기 대응 부재’를, 민주당은 ‘허위공세’를 내세우며 맞불을 놓고 있다. 정치권의 이미지 전쟁이 명절 민심을 정조준한 공방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