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면 수급비 끊긴다”…‘빈곤의 덫’에 빠진 청년 수급자 [쿠키청년기자단]

“일하면 수급비 끊긴다”…‘빈곤의 덫’에 빠진 청년 수급자 [쿠키청년기자단]

기사승인 2025-10-05 14:58:44 업데이트 2025-10-05 14:59:34
청년 수급자들은 자립을 꿈꾸지만, 일할수록 제도의 벽에 부딪힌다. 게티이미지뱅크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에 적용되는 ‘보충급여의 원칙’이 청년 수급자들을 빈곤의 덫으로 몰아넣고 있다. 

생계 위해 ‘비공식 노동’ 택하는 청년 수급자들

대학생 박모(22)씨는 청년 수급자로서 제도의 벽에 부딪히고 있다. 그는 투석 치료를 받는 어머니와 살며,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하루 12시간 동안 경호 아르바이트를 해도 손에 쥐는 돈은 약 9만원. 2025년 기준 최저시급(1만30원)에 크게 못 미친다.

박씨는 월 40만원을 넘게 벌면, 회사에 부탁해 다른 사람 이름으로 소득을 신고한다. 그는 “대학생들이 하는 평범한 아르바이트조차 할 수 없다”며 “월 40만원만 넘어도 가족 전체의 생계급여가 줄어든다”고 토로했다. 자립하려는 노력이 되레 생계를 위태롭게 한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은 기초생활보장제도에 적용되는 보충급여 원칙 때문이다. 공공부조의 보충성 원리에 따라 실제로 소득이 생기면 그만큼 생계급여가 줄어든다. 다만 만 29세 이하 청년 수급자는 월 40만원까지는 소득으로 계산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 수급자가 소득 신고를 하지 않는 ‘비공식 노동’을 택한다. 타인의 명의를 빌려 몰래 일하거나, 최저시급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2030세대 수급자는 25만3152명으로 2015년(15만9155명)에 비해 59% 증가했다. 그래픽=차서경 쿠키청년기자  

‘청년 빈곤’ 현실에도 수급자 향한 엇갈린 시선


최근 20~30세대 기초생활수급자가 급증하면서 청년 빈곤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2024년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20~30세대 수급자는 25만3152명으로 2015년(15만9155명)과 비교했을 때 10년 사이 59% 늘었다. 특히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그러나 청년 수급자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엇갈린다. 지난 8월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에 출연한 한 20대 청년은 “아르바이트를 하면 수급비가 끊긴다”며 일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홀로 두 여동생을 돌보며 매달 160만원의 수급비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해당 발언은 온라인상에서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일부 네티즌은 “개인 문제가 아니라 정책·제도의 한계”라며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반면 “일할 수 있는데 왜 세금으로 돈을 주냐”라며 비난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근로 능력이 있는데도 제도에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KBS joy 프로그램 ‘무엇이든 물어보살’ 방송 화면 캡처

‘빈곤의 덫’ 끊으려면 제도 넘어선 안전망 필요 


전문가들은 청년이 제도에 갇히지 않고 자립할 수 있으려면, 제도 개선과 함께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영수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 제도 구조가 청년 수급자의 근로 의욕을 떨어뜨리고, 탈수급을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청년은 월 40만원 이하의 단기 일자리를 선호하게 되고, 이는 직무 경험을 쌓거나 더 나은 일자리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시장 진입 초기 단계에 있는 청년 수급자에게는 안정적인 일자리로 옮겨갈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며 “일정 기간 근로소득을 과감히 공제하고, 근로·취업 관련 지출을 추가로 인정해 실질적인 근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태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정책연구실장은 “자활사업 참여를 적극 독려해 장기 수급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초생활보장제도 외에도 일자리·주거·교육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이 기초생활보장제도에 의존하지 않도록 더 넓은 사회보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특히 대기업이 아닌 중소제조업에서 일하는 청년을 위한 안전망을 마련하고,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과 차별금지 원칙이 지켜지는 노동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차서경 쿠키청년기자
tjrud7975@naver.com
차서경 쿠키청년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추천해요
    0
  • 슬퍼요
    슬퍼요
    0
  • 화나요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