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유화학업계가 전례 없는 대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라텍스 등 고부가가치(스페셜티) 제품군을 앞세운 금호석유화학이 올 3분기에도 호실적을 받아들 전망이다. 지난해 대비 성장세를 기록하는 와중에 오너 일가의 지분 매입, 자사주 소각 계획 등을 토대로 기업가치 제고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1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실적 컨센서스에 따르면, 금호석화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8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37% 증가할 전망이다.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등 주요 석화기업이 장기간 영업손실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행보다.
이는 주요 석화기업과 달리 나프타분해시설(NCC)을 보유·운영하지 않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NCC를 보유한 기업들은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 등 기초원료를 생산하는 업스트림 공정을 운영해 왔지만, 최근 몇 년간 중국이 NCC 규모를 대폭 늘려 저가의 기초원료를 대량으로 수출해 글로벌 공급 과잉을 유발, 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쳤다.
반면 금호석화는 NB라텍스, 솔루션스타이렌부타디엔고무(SSBR) 등 고부가 합성고무제품을 토대로 다운스트림 공정에 집중해 왔다. 물론 업스트림을 보유한 주요 기업과 실적 규모 면에선 차이가 있지만, 꾸준히 안정적인 수익성을 기록하며 불황을 타개하는 모습이다.
특히 올 상반기 미국 내 의료장갑 재고 과잉으로 주춤했던 수요가 최근 재고 해소에 따라 다시 반등하는 모습이다. 지난 8월 라텍스 수출가격은 6월 대비 2% 상승하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KB증권은 이를 토대로 금호석화의 2026년 영업이익 추정치를 4150억원에서 4385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이러한 수익성 안정화는 기업가치 제고 및 경영권 강화 등의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장녀 박주형 부사장은 올 하반기 동안 약 5억8000만원을 들여 자사 주식 5000주 이상을 매입했다. 2015년 7월1일 신규 선임 당시 0.55%(18만주)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2016년 이후부터 꾸준히 지분을 매입해 지난해 말 1.03%에서 현재 1.09%까지 확보해 왔다. 일반적으로 오너 일가의 회사 주식 매입은 주주들에게 회사에 대한 신뢰도를 제고하는 등 주주가치 제고 의도로 해석된다.
또, 회사는 불황 속에서도 내년까지 자사주의 절반인 262만4417주를 소각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이 중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약 3분의 2를 소각했다. 나머지는 내년에 소각할 예정이다. 자사주 소각은 시중 유통 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치를 높이는 방식으로, 이 역시 주주가치 제고로 평가받는다.
특히 이 같은 행보가 최근 다시 경영권 분쟁의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는 박철완 전 상무의 움직임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021년부터 ‘조카의 난’을 일으켜 온 박 전 상무는 이사회 진입에 거듭 실패하자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지만, 최근 상법 개정안 2차 통과 이후 “자사주를 담보로 교환사채(EB)를 발행하려 하는 것은 주주가치 훼손”이라며 재차 분쟁을 예고하고 있다.
다만 금호석화가 자사주를 연일 소각하는 가운데 EB 발행에 대한 계획을 밝힌 바 없고, 주주환원율 40%와 별도 당기순이익 대비 현금배당 20~25% 목표를 제시하는 등 주주가치 제고 정책이 탄력을 받아 박 전 상무의 우호 지분 확보가 과거보다 더욱 어려워졌다는 관측이다.
이달 기준 금호석화 지분은 박찬구 회장이 6.92%, 장남 박준경 사장 7.4%, 박주형 부사장 1.09%를 보유하고 있다. 박 전 상무는 8.82%를 보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