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글로벌그룹부문장이 계파갈등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 우리은행의 차기 행장으로 결정됐다. 금융권은 우리은행의 계파갈등 해결이 시급한 상황에서 손 내정자가 어떠한 해법을 보여줄지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은행은 전통적으로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인재를 고루 등용하는 ‘탕평’을 펼쳐왔으나, 이광구 전 행장 시절 ‘성과중심’으로 인사원칙을 전환했다. 따라서 손 내정자가 계파갈등 해결을 위해 인사원칙을 탕평책으로 회귀할지 아니면 성과중심 인사를 강행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우리은행은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30일 손 내정자와 최병길 삼표시멘트 대표에 대한 심층면접을 실시하고, 최종 은행장 후보자로 손 부문장을 추천했다. 임추위의 추천에 따라 손 내정자는 주주총회의 승인을 거쳐 앞으로 3년간 우리은행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금융권은 손 내정자의 최우선 과제로 계파갈등 해결을 꼽고 있다. 이광구 전 행장의 사임을 불러온 우리은행 채용비리 사태가 계파갈등의 결과물이라는 시각이 우리은행 내외부에 팽배한 만큼 계파갈등 해결을 통한 조직안정화가 그의 최일선 과제라는 분석이다.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은 IMF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지난 1999년 우리은행으로 통합됐다. 그후 우리은행은 계파갈등 해소를 위해 양 은행 출신을 번갈아가며 행장으로 선임하고, 조직내 임원 역시 계파간 균형을 고려해 임명해 왔다. 조직 내 소위 ‘탕평’이 강조된 것이다.
그러나 2014년 상업은행 출신의 이순우 전 행장에 이어 같은 상업은행 출신의 이광구 전 행장이 취임하면서 인사원칙이 ‘탕평’에 ‘성과’로 전환된다. 특히 이 전 행장은 2015년 양 계파간 균형을 위해 존재해 오던 수석부행장 제도를 폐지했다. 수석부행장은 행장이 상업은행 출신이면 한일은행 출신을 임명해 양 계파의 균형을 조율하던 역할을 가지고 있었다.
수석부행장 제도 폐지를 두고 우리은행 내부의 반발에도 이 전 행장은 은행의 경쟁 격화와 핀테크의 대두 등 변화하는 금융업의 환경에 맞게 ‘성과’를 강조하며, 조직개편을 강행했다. 당시 수석부행장 제도 폐지로 불가피하게 우리은행을 나오게 된 인물이 현 황록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이다.
그 결과 우리은행은 올해 3분기 순익 1조3785억원을 기록해 3분기 만에 2014년 순익 1조2080억원을 넘어서는 등 높은 순익 증가에 성공했다. 하지만 계파갈등은 오히려 내부에서 심화됐고, 서로를 흑색선전하는 상황까지 확대됐다.
따라서 금융권은 조직안정을 위한 ‘탕평’과 수익 증대를 위한 ‘성과’의 기로에서 손 내정자가 어디에 무게를 둘지 주목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조직안정을 위해 우선 손 내정자가 ‘탕평’을 강조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