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네시아가 새해 들어 석탄 수출을 전면 금지하면서 국내 겨울철 전력수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국내 전력수급에 미치는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석탄 수입의 20%가량이 인니산으로, 호주(49%)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인니는 최근 석탄 수출문을 걸어 잠갔다. 블룸버그·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최근 자국 내 발전용 석탄 재고 부족에 따른 전력수급 차질을 이유로 1월 석탄 수출을 금지했다.
인니 전력공사는 내수 석탄 구매가격을 시장 가격보다 훨씬 낮은 톤(t)당 70달러로 제한하고 있다. 이에 업계는 인니 석탄 업체가 고가(톤당 약 90~100달러)로 수출하는 것을 선호하면서 벌어진 일로 보고 있다.
리드완 자말루딘 인니 에너지부 광물 및 석탄국장은 5일까지 자국 내 석탄발전소로 공급한 후 재고 확인을 거쳐 수출 재개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니발 석탄 파동에 우리나라는 예민할 수밖에 없다. 전체 수입의 20%를 차지하는 인니산 석탄 수급의 불안정이 장기화되면 전력 수급이 불안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산업부는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발전공기업 5사와 전력거래소, 한국전력, 인니·중국 상무관, KCH에너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인니 석탄 수출 금지 조치에 따른 '에너지·자원 수급관리TF 긴급회의'를 열어 국내 에너지 및 전력 수급 동향을 점검했다.
인니 정부의 조치로 이달 중 입고 예정이던 물량 중 일부의 입고 지연이 예상된다. 다만 물량의 55%는 선적되거나 출항해 국내에 정상 입고될 예정이다.
산업부는 "기확보 중인 석탄 재고량과 호주 등 다른 국가로부터의 정상 수입량을 감안할 때 인니의 금번 조치로 국내 전력수급에 미치는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되나 인니 및 국내외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등이 인니에서 대규모 석탄을 수입하는 만큼 이번 조치가 글로벌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세계 최대의 석탄 수출국인 인니의 최대 고객은 중국, 인도, 일본, 한국 순이다. 우리나라의 수출입과 매우 밀접한 국가들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11월 석탄 수입량을 최고 수준으로 늘렸다. 인니 석탄 수입국들이 석탄 확보 경쟁에 나서면 글로벌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인니 최대 은행인 만디리 은행의 산업 분석가인 아흐마드 주디 드위 쿠수마는 "비축량이 줄어들면서 향후 몇 주간 국제 서간 가격이 오를 것"이라며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 시장은 가장 안전한 파트너를 찾는 경우가 많다. 인니 고객이 러시아, 호주 또는 몽골로 눈을 돌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편 산업부는 '인니 석탄 수출 금지 조치 대응반'을 운영하고 에너지 유관기관·해외공관과 협력을 강화해 석탄 및 전력 수급 관리에 나섰다.
박기영 에너지차관은 "전력 수요가 가장 많은 시기에 엄중한 인식과 철저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발전사 등은 국내 영향의 세밀한 분석과 상황별 철저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국가 간 석탄확보 경쟁과열 및 가격상승, 중국·인도 전력 수급 영향 등에 대한 상황 점검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