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 및 방화소재 업계가 아파트 등 공동주택 내 화재 확산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자가 팽창형 내화채움재의 방화 성능이 이미 검증된 만큼 전기식 방화댐퍼(MFD)와의 이중 설치 의무는 실효성이 떨어지고 오히려 화재 예방에 역행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공동주택의 배기덕트는 화장실과 주방의 공기를 외부로 배출하는 기능을 수행하지만 동시에 화재 발생 시 화염과 유독가스의 확산 경로가 되기도 한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는 현재 공용 입상관에 전동식 MFD와 내화채움재를 함께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이 같은 이중 규제가 협소한 시공 공간 확보의 어려움, 구조 변경, 유지관리 비용 증가 등 현장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로 인해 세대별 직배기 방식 채택이 늘면서 오히려 우수한 방화 기술이 현장에서 외면받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고성능 자가 팽창형 내화채움재만으로도 차열·차염·차연 성능이 충분히 입증됐음에도 전기식 MFD 설치를 강제하는 것은 기술 발전을 반영하지 못한 시대착오적 기준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동주택 화재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세대 유입부 MFD로 1차 차단 △입상관 내 내화채움재로 수직 차단 △상하부 세대 출구부 MFD로 3차 방어하는 ‘3중 방어 체계’가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이 중 내화채움재가 차열·차염·차연 기능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면 전기식 MFD를 생략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업계는 성능 중심 심사체계로의 전환과 함께 '건축물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세대 유입부 및 출구부 MFD 강화 중심으로 재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시공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방화기자재 제조업체 국일인토트의 이종철 대표는 "현장을 외면한 형식적 규제보다 실제 검증된 성능을 기준으로 한 합리적인 제도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국일인토트는 고순도 그래파이트 기반의 자가 팽창 내화채움소재 ‘불스탑-AD’를 개발, 120분 이상 화재 차단 성능을 입증받아 상용화했다.
업계는 이 같은 제도 개선이 이뤄질 경우 △화재 안전성 제고 △시공·관리 효율 향상 △국산 방화 기술 활성화 △중소기업 부담 경감 등 다양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