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연료부터 선박용 탄소 포집·저장까지…한화오션 ‘무탄소 선박’ 개발 가속 [탄소제로, 닻 올리다②]

친환경 연료부터 선박용 탄소 포집·저장까지…한화오션 ‘무탄소 선박’ 개발 가속 [탄소제로, 닻 올리다②]

기사승인 2025-08-02 06:00:07
국제해사기구(IMO)가 지난 4월 제83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에서 온실가스(GHG) 집약도 기준을 대폭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2027년부터는 국제 항해에 투입되는 5000톤 이상 선박이 강화된 기준을 따라야 한다.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HD현대,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빅3’는 친환경 선박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같은 기술 변화는 미국의 ‘친환경 해양산업 육성 정책’과 맞물리며, 한국 조선업계의 글로벌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해상 환경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고, 각국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국내 조선사들은 첨단 친환경 기술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조지 R. 브라운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가스텍 2024에서 한화 부스에 차세대 무탄소 추진 액화천연가스 운반선이 전시돼 있다. 한화오션 제공

한화오션, ‘무탄소 선박 체계’ 속도…암모니아 가스터빈·연료 절감 솔루션 주목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은 무탄소 선박 체계 선점을 위한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월3일 글로벌 에너지 기술기업 미국 베이커휴즈·한화파워시스템과 함께 ‘암모니아 가스터빈 기반 무탄소 선박 추진 체계’ 공동 개발을 체결하며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했다. 이 기술은 100% 암모니아 연료만을 사용해 화석연료 및 파일럿 오일(착화유) 없이 엔진의 착화와 운항을 실현한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미 2023년 9월, 한화오션은 미국 선급협회(ABS)로부터 암모니아 가스터빈 기반 LNG 운반선 설계에 대한 개념승인을 받으며 기술 신뢰성도 공식 입증했다. 이러한 암모니아 가스터빈 기술은 한화오션의 차세대 LNG 운반선인 ‘오션1’에 적용돼 있다.

오션1은 지난해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스에너지 박람회 ‘가스텍 2024(Gastech 2024)’에서 세계 최초 무탄소 추진 LNG 운반선으로 처음 공개됐다. 이 선박은 완전한 무탄소 운항이 가능하도록 설계됐으며, 혼소 운전(LNG+암모니아)과 연료전지, 배터리 등 다양한 친환경 시스템 적용도 고려한 것이 특징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암모니아의 경우 연소가 잘 이뤄지지 않는 기본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어 기존에 화학 연료 등 보조 연료와 혼합해야만 활용 가능한 면이 있었다”며 “한화오션은 이 같은 한계를 뛰어넘어 진정한 무탄소를 목표로 가스터빈, 연료전지 등을 활용해 암모니아 100% 전소를 구현하는 실증 기술을 완성 중”이라고 설명했다. 

연료뿐만 아니라 한화오션은 운항 중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저장하는 시스템인 ‘선상 탄소 포집·저장(OCCS) 기술’도 활용한다. 

포집 장치가 선박 맞춤형으로 소형화된 해당 기술은 공간 효율성이 높고 장치 작동으로 인한 추가 이산화탄소 발생량도 전체 포집량의 약 1~2% 미만(1톤 포집 시 10~20kg 수준)으로 적다.

배기가스에 포함된 이산화탄소를 흡수제를 사용해 저에너지 방식으로 포집하고,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광물 형태로 바꾸거나(광물화), 또는 저온·고압의 액체 상태로 선내 저장하는 원리다.

실제로 조선업계는 탈탄소 바람 속에서 비용 절감을 위해 선박의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기존 선박에도 설치할 수 있고 선박이 배출하는 탄소배출량을 70~90%까지 줄일 수 있어 현실적 대안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한화오션의 보조 추진 기술 ‘로터 세일(Rotor Sail)’ 실증센터. 한화오션 제공

한화오션은 미국선급(ABS)과 한국선급(KR)으로부터 수산화나트륨(NaOH)을 활용한 광물화공정 OCCS에 대한 AIP를, 프랑스 선급(BV)으로부터 아민공정 OCCS에 대한 AIP를 각각 획득하며, 두 가지 방식의 OCCS 모두 기본인증을 획득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아민공정 OCCS의 경우 탄소에 결합하는 성질이 있는 아민을 용매로 활용한 기술”이라며 “냉각된 배출가스가 아민 용액과 결합하며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원리로,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액화 형태로 저장된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한화오션은 친환경 선박 운영을 위한 ‘보조 기술’ 연구도 병행해 탄소 저감 솔루션을 완성하려 하고 있다. 

보조 추진 기술 ‘로터 세일(Rotor Sail)’은 운항 과정에서 발생하는 바람 회전의 힘인 마그누스 효과를 활용해 선박의 측면 바람을 동력으로 바꿔 추진력을 보완해주는 방식이다. 지난 2019년부터 로터 세일을 자체 개발해 2021년 노르웨이 DNV로부터 기본 승인을, 2023년에는 국내 최초 복합재 로터세일에 대해 형식승인(TADC)을 획득하며, 실제 선박 적용의 신뢰성도 확보했다.

또, 선박 밑면에 공기를 주입해 바다와의 마찰저항을 줄이고, 연료 절감 및 탄소 감축을 동시에 실현하는 ‘공기윤활시스템(ALS)’이 이미 다수 선박에 적용돼 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이 시스템이 탑재된 선박은 캐나다 밴쿠버 항만청으로부터 올해 1월1일부터 입항료 35% 할인 혜택을 받고 있으며, ALS의 수중 방사 소음 저감 효과 역시 공인받았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선박 추진축의 회전력을 활용해 탄소 배출을 줄여주는 축발전기모터시스템(SGM), 항만에 정박 중인 선박 엔진을 정지시키고 항구에서 제공하는 육상전력으로 화물 작업을 수행하는 콜드 아이어닝 시스템 등이 상용화 단계에 들어서 실제 항만에서도 운용되고 있다.

한화오션은 이 같은 기술력을 집대성해 오는 2028년까지 무탄소 추진 대형 선박의 실제 건조와 상용화를 목표로 삼고 지속적인 혁신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수민 기자
breathming@kukinews.com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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