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항암 신약 성과를 대거 공개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초기 임상 단계에 있는 신약 후보물질 관련 연구 성과 발표가 주를 이뤄, 기업의 성장 가능성의 가늠자로 여겨지는 행사다.
25~30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AACR에서 대웅제약, 신라젠, C&C연구소, 한독, 휴온스랩 등이 신약 연구개발 성과를 공개했다. 이 행사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유럽종양학회(ESMO)와 더불어 세계 3대 암학회로 꼽힌다. 매년 2만명 이상의 제약사, 투자자 등이 참석한다.
대웅제약은 표적항암제 ‘DWP216’, 면역항암제 ‘DWP217’, 합성치사항암제 ‘DWP223’ 등 3종의 항암제를 전임상 수준에서 소개했다. 3종 모두 글로벌 무대에서 처음으로 공개한 항암제 후보물질이다. 이는 최초 ‘퍼스트 인 클래스’(계열 내 최초) 항암제 개발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대웅제약 측은 전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자가면역질환과 섬유증 분야에 이어 항암 분야에서도 글로벌 혁신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라젠은 큐리에이터와 공동으로 진행한 항암제 ‘BAL0891’과 면역관문억제제 ‘티슬리주맙’의 병용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연구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시험관 실험을 통해 BAL0891 투여 시 염색체 불안정성에 의해 암세포 내 cGAS-STING 신호전달 경로가 활성화되고, 면역반응이 유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BAL0891을 면역치료제와 병용치료제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신라젠은 빠르면 올해 2분기 안에 BAL0891과 티슬리주맙의 병용임상에 진입하기 위한 임상시험승인계획서(IND)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할 예정이다. 신라젠 관계자는 “면역관문억제제와 실제 임상에 곧 진입할 예정”이라며 “향후 연구 결과에 따라 고형암 치료 분야에서 중요한 치료 옵션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JW중외제약의 자회사 C&C연구소는 급성골수성백혈병(AML) 치료제로 개발 중인 STAT5/STAT3 이중 억제제 후보물질 CNC-01(임시 코드명)의 비임상 연구 결과를 포스터 발표했다. CNC-01은 기존 AML 치료제의 내성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작용 기전을 가진 혁신 신약 후보물질이다. 비임상 연구 결과에 따르면 FLT3-TKD(F691L) 돌연변이 및 골수 미세환경을 모사한 다양한 내성 모델에서 기존 표준 표적치료제인 FLT3 억제제 대비 우수한 종양 성장 억제 효과를 보였다. C&C신약연구소 관계자는 “향후 글로벌 파트너십 및 기술이전을 통해 임상 개발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항암신약 연구 1건을 내놨던 한독은 올해 3건을 공개하며, 더 많은 신약 후보 파이프라인을 선보였다. 차세대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돌연변이 분해 폐암 치료 신약물질, KRAS G12D 변이 단백질 분해 신약물질, 신규 섬유아세포 성장인자 수용체(FGFR)/히스톤 탈아세틸화효소(HDAC) 이중 저해 신약물질에 대한 연구를 포스터 발표했다. 해당 연구들은 비임상 개발 단계에 있다. 한독은 표적단백질 분해 플랫폼, 이중 표적 플랫폼을 활용해 BNJ 바이오파마, 파이메드바이오와 각각의 항암제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휴온스 그룹 휴온스랩의 재조합 인간 유래 히알루로니다제인 ‘HLB3-002(rHuPH20)’를 활용한 제형 변경 연구 결과도 해외 기업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휴온스랩은 히알루로니다제를 이용해 항체의약품 정맥주사제(IV)를 피하주사제(SC)로 변경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HLB3-002와 인플릭시맙 복합제를 투여했을 때 인플락시맙 단독 투여 대비 생물학적 이용률을 크게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온스랩은 하반기에 HLB3-002의 품목허가 신청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제약바이오업계의 한 관계자는 “AACR은 세계 최대 암학회인 만큼 연구 성과에 대한 검토를 거쳐 발표 기회가 주어진다. 기업들의 미래 성장 동력이 무엇인지 엿볼 수 있는 자리”라며 “이번 AACR에서 한국 기업들이 선보인 성과는 향후 글로벌 제약사와의 기술이전, 공동 개발 논의로 이어지는 발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