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가 발전하려면 [취재진담]

LCK가 발전하려면 [취재진담]

기사승인 2025-05-09 15:53:55

지난 3~4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5 LCK 로드쇼 in 수원’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KT 롤스터의 홈경기에는 준비된 4077석이 모두 매진됐으며, 젠지의 홈경기에도 약 3500명의 LCK 팬들이 모여 선수들을 뜨겁게 응원했다.

현장을 찾았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홈경기장다운 특별한 연출이었다. 주전 선수 5명이 나란히 선 대형 포스터는 단번에 해당 팀의 홈경기임을 보여줬고, 경기장 기둥에도 LED 화면을 통해 선수들이 멋지게 소개됐다. 팬들을 위해 마련된 이벤트존은 완성도 높게 준비되면서 인산인해를 이뤘다. 굿즈를 사기 위해서는 긴 줄을 서야 했다. 푸드 트럭, 인근 상가에서도 응원팀의 유니폼을 입은 팬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모두 기존 롤파크에서는 보지 못한 풍경들이었다. 

KT를 응원하러 온 20대 여성 팬은 쿠키뉴스에 “홈경기 시도는 긍정적이다. 롤파크보다 큰 경기장에서 응원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팬들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으면”이라고 전했다.

현재 LCK 정규 경기는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3~4층에서 열린다. 수용 인원은 450명에 불과하다. 날로 상승하는 LCK의 인기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지난해 서머 시즌 기준, LCK의 평균 분당 시청자 수(한 세트가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지켜본 평균 시청자 수)는 약 44만9000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한국 롤 e스포츠는 이미 탄탄한 팬덤을 갖고 있다.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롤 금메달, LCK의 롤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3회(2022~2024) 연속 우승 등 뚜렷한 성과에 많은 팬들이 유입됐고 여러 경로로 롤 e스포츠를 소비 중이다.

팬 문화를 더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전통 스포츠의 핵심 요소인 ‘직관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할 시점이다. 수많은 팬이 한 자리에 모여 팀을 함께 응원하는 경험은 스포츠 관람의 또 다른 묘미다. 이를 반영하듯 KT는 이번 로드쇼에 응원단을 초청해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렸다. 지난해 T1 홈그라운드 이벤트에 참여한 하지원 치어리더도 쿠키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미 팬들은 응원할 준비가 돼 있는 것 같았다. 응원가를 부를 때 떼창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직관·응원 문화의 활성화를 바란다면, 궁극적으로 홈·어웨이 제도 도입이 논의돼야 한다. 정규 경기를 롤파크에서 하더라도, 일정 주기로 홈·어웨이 제도를 시행해 외부에서 경기를 열면 LCK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같은 장소에서 안정적으로 경기를 치를 수 있다는 롤파크의 장점도 있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홈·어웨이 제도를 도입해 가끔씩은 새롭고 다채로운 환경에서 경기하는 것이 어떨까.

선수들은 이러한 변화에 긍정적이다. 작년엔 홈팀, 올해는 원정팀 자격으로 경기에 임한 ‘케리아’ 류민석은 “축구는 홈·어웨이에 따라 경기력이 달라진다고 들었다. 이를 e스포츠에 적용하는 게 흥미로웠다. 홈과 어웨이, 둘 다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기인’ 김기인도 “큰 대회를 치르는 느낌을 받았다. 재미있게 경기를 즐겼다”고 소감을 밝혔다.

직접 경기한 선수들, 열렬히 응원한 팬들, 그리고 응원단까지 모두가 이번 LCK의 새로운 시도에 호평했다. 지금이야말로, LCK가 기존 e스포츠의 틀을 넘어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야 할 때다.
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
김영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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